행복한 화가이자 불행한 남자 렘브란트를 다시 만났다. 렘브란트는 유명한 화가인지라 그에 관한 책들을 이미 보아왔다. 이 책은 작지만 화질이 선명한 도판이 많고 그림마다 자세한 주가 붙어있어 렘브란트에 대해 다시 공부하기에 알찬 책이었다.

  렘브란트를 행복한 화가라 하는 까닭은 젊은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이미 높은 가격에 자신의 작품을 팔아 한때 부자가 되었으며, 성공적인 결혼을 했고, 많은 수의 제자까지 거느렸던 여느 화가들과는 다른 전성기를 누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남자라 함은 첫 아이를 낳다 죽은 첫째 아내 사스키아의 죽음 이후 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삶이다. 가정부 헤이처와의 비밀스런 관계에 이어 헨드리케 스토펄스와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렘브란트는 헤이처에게 연금을 계속 지급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게다가 아들 티튀스도 며느리도 모두 그보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된다. 말년의 렘브란트는 가족이라고는 없는 파산상태의 늙은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화가의 재능은 이러한 삶의 굴곡들을 만나면서 더욱 치열하고 더욱 감동스러워진다. 행복했던 청년기부터 불행하기에 더욱 그림에 몰두했던 노년기까지 그는 내내 대가였다.
  이 책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거장으로서의 렘브란트를 조명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사회상의 변화와 그의 추종자들, 그와 시대를 함께 했던 화가들에 대해서 아주 충실하게 언급하고 있다. 프란스 할스. 베르메르 같은 화가들이 언급되며 당시 수집가들의 취향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의 간략한 미술사를 알기에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