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이고 세련된 음색이 정통 프랑스 샹송을 재현해낸다. 라트비아출신이지만 그녀의 음색에서는 에디뜨 삐아쁘, 질베르 베꼬 같은 가수가 부르던 정통 샹송의 감성이 배어난다.  그녀가 샹송을 많이 연구했던지 아니면 그녀의 타고난 감성이 낭만적이고 감성적이기 때문이리라.

  잔잔한 피아노와 곡의 전체적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어색하지 않게 끼어드는 아코디언이나 클라리넷의 음색이 예전의 샹송 속에 그려지는 고즈녁한 빠리, 그리고 파리의 길모퉁이 어느 까페를  연상하게 한다. 

  빠뜨리샤까스 같은 현대적으로 변해가는 샹송을 듣다가 예전의 정통 샹송이 그리워지는 이들에게 좋을 듯 싶다. 시디속에는 프랑스어 가사집도 있고, 한국어판 해석도 잘 되어있어 노래의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굳이 한국어가사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 때론 의연한 목소리에서 가사의 내용이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수록곡들 중에서  <Cher ami>가 가장 프랑스어의 아름답고 감미로운 느낌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첫 부분의 감칠맛나는 운율의 리듬감과 마리엔의 음성은 조화를 잘 이루며 유연한 음의 굴곡을 이루어낸다.

   <Souviens-toi>에서는 회상하는 듯하고 회한어린 듯한 목소리가 낮게 다가오고,  <Je t’aime>에서는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와 관악기의 음색을 느낄 수 있으며,  <Vide>에서는 클래식한 현악기의 음색과 종소리가 이루어내는  흡사 장송곡과도 같은 음울함이 배어나온다. 모든 곡들이 각각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Salut, Cheri> 는 요염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유혹하는 듯한 매력이 있다.  신이 나서 가볍게 나는 듯이 걸으며 노래가 절로 나오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경쾌한 곡이다.   <Jeanne la rousse>는 이브몽땅의 <고엽>을 듣는 듯하다. 시작부분에 낮은 톤의 남성 독백이 잔잔하게 깔리고 마리엔의 노래가 역시 나지막하면서도 재촉하지 않는 듯 느리게 끌면서 이어진다. 

  <Juan>에서는 탱고의 리듬위에 마리엔의 음성이 스텝을 밟듯 박력있고도 가볍게 얹어진다.  그 사이사이로 아코디언의 음색이 끼어들면서  감정이 고조되고 아주 낮게 귓전에 속삭이는  남성의 목소리로 서운한 듯 끝난다.

  앨범자켓 디자인처럼 빠리의  어느 까페에서 세피아톤의 감성으로 앉아있고 싶은 느낌을 음악 속에서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앨범을 선택한 후에 후회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