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너무 많아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이 가장 큰 걱정 중의 하나였던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였다. 실제로 나는 어린 시절에 할머니로부터 어느 마을 누구가 호랑이에게 혼줄이 났다는 둥, 산에 나물캐러 갔다가 동굴에 숨겨진 호랑이 새끼들을 보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많던 호랑이가 하나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있을거라 말씀하셨었다.

  이제 누구라도 호랑이가 살아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나라 호랑이가 사라진 일과 일제 식민시대의 역사를 결합하여 쓴 이 책은 저자의 이름 때문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이야기꾼 김탁환이 쓴 동화를 어떨까 궁금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대만큼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된 왕대는 어미호랑이를 잃고 창경원장에게 잡혀온 아기호랑이이다. 일본사육사와 한국인 보조사에 의해서 아기동물 우리에 들여보내진다. 어미호랑이와 둘이서만 생활하던 아기호랑이 왕대는 친구사귀기의 어려움을 알게되고, 사자 피터를 통해 동물세계의 힘과 권력에 대해 알게 된다.

  왕대가 느끼는 이러한 어려움과 별개로 작가는 아기호랑이는 알 수 없지만 독자들에게는 전달되는 나라 잃은 슬픈 역사를 자연스럽게 끼워넣는다.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바뀌게 된 역사의 안타까움과 맥을 같이 하며,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는 안타깝게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처분을 받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다행히 작가는 독자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인왕산에서 해방되는 조국을 보며 큰 울음을 울던 왕대가 백두산 어딘가에서 짝을 만나 마지막 핏줄을 남겨놓았다고 믿고 싶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