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니!' 책을 읽는 내가 괜스리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열일곱살 하연이는 특별하게 되바라진 아이가 아니라,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시험을 걱정하고, 멋진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가 부럽고, 술주정하는 아빠가 부끄러운 고등학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은 이런 일을 아직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고등학교는 오직 대학입시만을 위해 힘차게 돌진할 뿐이다. 잠시 딴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걱정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대학입시로, 교복으로 가두어도 가두어지지 않을 것이 우리 아이들의 쑥쑥 자라는 호기심과 사고이다.

  이 책은 하연이의 임신과 그 사건을 둘러싼 주변 친구들의 반응과 대처, 그리고 가족의 반응과 대처 등을 보여준다. 그것들이 곧 우리의 현실이다. 하연이는 배 속의 생명을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친구들의 아르바이트로 여관방에 숨어지내지만  대학입시라는 장벽 앞에서 곧 친구들은 힘겨워한다. 하연이는 미혼모시설로 들어가서 분만때까지를 지낸다.  

  생명을 존중하는 하연이의 결정과 자기인생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을 이 책에서는 높이 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 청소년들이고 그들의 감수성이 책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부모세대인 나는 걱정스럽니다. 물론 그들이 우리보다 당차게 세상을 향하고 자신의 일을 결정한다는 것을 믿고 싶으면서도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 하연이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작은 희망의 날개를 본다. 그러나 책을 덮는 나는 작가가 던져주는 그 희망을 믿을 수 없어서 안타깝다. 하연이도 아기도 모두 따뜻하게 보듬어줄 만큼 우리 사회가 준비되어있는가... 아직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