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듕귁과 오뤤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는 한 번 받아들인 것을 고수하다가 변해가는 세계정세와 괴리되는 갇힌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오렌지로 배워서 영어쓰는 나라에 갔더니 ‘오뤤지’로 발음이 변해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으니 중국어의 발음기호로 쓸 만한 말을 만들고자 한 것이 한글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위해 만드신 한글에도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서에 쓰여진 이야기가 아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유추해보는 역사의 속사정을 풀어쓰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줄기이다.

  역사의 이모저모를 잘 알아야 그 행간 너머의 속사정을 아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옛날 사회도 현대 사회와 똑같은 문제점들이 있었구나 싶어서 다시 한번 역사의 순환의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글들이 이 책 속에 있다.  조기교육도 현대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 옛날에 머나먼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온 최치원이 있었다. 서로 다른 정당사이의 치졸한 인신공격도 역시 서로 판이하게 다른 실록들을 보면 오늘날 만큼이나 공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시 속사정을 살펴보니 역사 속의 근엄한 조상님들이 아니라, 우리처럼 고만고만한 걱정거리들로 매일이 지나가는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인다. 요즘이야 책을 어떻게 하면 읽힐까 걱정이지만 책을 누워서 읽으려면 안읽느니만 못하다 여겨 포켓판을 싫어했던 정조임금, 18세기에 일본에 가서 오늘날의 ‘욘사마’만큼 인기를 얻었던 이언진 등.

  이러한 인간적인 속사정에 견주어 오늘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가벼운 일침으로 글들을 끝맺는다. 역사를 거울 삼아 오늘날 우리들의 고민을 세상의 큰 흐름 속의 하나로 읽고 더 큰 마음으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글들이다.

  4년간 월간<샘터>에 실렸던 글들을 엮어낸 것이라서 글들은 각각 4페이지에서 6페이지 정도의 길이로 짧게 한 편씩 읽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