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그 사람의 신체조건이 완성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성인으로 가는 과정에서 감성이 쌓여가며 완성에 가까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춘기를 구성하는 중, 고교 시절은 갈등과 반항 등으로 인생의 어느 시절보다도 평온하지 않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감각이 예민한 그 시절에 겪은 일들은 아련한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 일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고교 동창회를 중심으로 동창생들의 현재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지역에서 고교시절을 같이 보낸 동창들이 만나서 서로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과시하는 가운데, 고교 시절의 이야기들이 나오게 되고 그것이 그들의 현재에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는 힘들에 대해 보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항상 동창회의 활성화를 위해서 '교코씨'라고 부르는 영화배우가 된 친구를 동창회로 불러내자는 결론으로 끝난다. 가장 성공하게 된 동창이라며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며 교코씨를 그리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 각자의 속마음은 다른 뭔가가 있다. 유명인을 친구로 두었다는 것을 자랑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는 가벼운 속내를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거나 하며 동창생들은 교코씨가 동창회에 나오게 할 묘안들을 짜내고 그녀를 자신만의 암굴에서 나오게 할 임무를 띤 친구들을 파견한다.

  이야기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진행된다.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동창회의 연락을 도맡아온 친구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에게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디자이너들을 위해 차를 타는 비정규직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동창회에 나온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자신의 현재를 과시하기 위해 과장되고 거짓된 모습들로 나오는 것이다.

  혼자서 고립되게 지내는 교코씨를 위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서서히 드러난다. 이 책이 미스터리를 표방한 바가 바로 이 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각각의 인물들의 학창시절에 받은 상처가 드러나고 그들이 그 아물지 않은 그 상처를 숨기기 위해 어떻게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가 보여준다.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동창들에게 알려진 모습과 실체는 다르다. 사춘기를 보내고 10년이나 지난 후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서 만났지만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치기어린 질투나 암투들은 똑같다. 결국 학창시절이 인생에 드리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