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참 수상쩍다 싶은데, 읽고보니 감동적이다. 잘 나가던 방송작가 미무라 슈지는 시한부 6개월 선고를 받는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생각하던 그는 일년 남짓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6개월을 멋진 기획 작업에 바치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남편이 없어질 아내에게, 아빠가 없어질 아들에게 멋진 새 가장을 선물하는 것이다.

  책은 남은 날짜 181일에서 시작한다. 아내에게 자신의 병명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고민하던 슈지는 아내를 위한 결혼활동을 시작한다. 결혼활동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도 만나고, 스스로 프로그램 기획을 빙자해서 결혼활동에 참가하여 아내 대신 남편감을 물색해보기도 한다.

  운 좋게도 아내에게 딱 어울릴만한 상대에게 아내의 프로필을 소개하고 호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하지만 정작 두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결국 아내와 상대남자에게 들통나버린 슈지는 위기를 맞이하지만 그의 기획을 이해하고 도와주었던 방송인들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슈지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셋이서, 넷이서 함께 가족이 되어 남은 날들을 보낸다.

  이 책은 가족이란 무엇이며, 부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이기적이고 부족한 남편이었지만, 자신의 상징적 위치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빈 자리를 걱정하는 남편 슈지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의 점심을 자꾸만 냉장고에서 꺼내 먹어버리는 남편이 어이없지만, 그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부부의 사랑이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월의 퇴적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티비를 보며 가족이 유머를 공유하고 싶은 아빠와 아들의 목표를 위해 함께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 사이에는 괴리감이 좀 있지만 가족의 행복을 향한 의지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 실천의 모습이 다를 뿐이다. 결국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슈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아들의 모습과 그 목표를 적극 돕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백분 이해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는 결국 모두가 슈지의 병을 알게 된다. 아들도 아내도 슬픔보다는 아빠가 마지막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유머를 이해하고 즐겁게 가족 앞에 닥칠 불행을 극복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슈지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주변의 운행을 모두 자신의 기획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죽음이 있지만 그 죽음은 거룩하고 따뜻하게 여겨진다. 슈지 자신 또한 행복하고 기꺼이 마지막 기획의 성공을 자축하며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