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정화시키는 듯한 무겁지 않은 순수함, 날카롭지 않은 경쾌함이 앨범전체에 흐른다. 이제서야 이 음반을 알았다는 것이 서운할 정도이다. 

  1970년대부터 크로스오버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약해온 시노자키 마사츠구가 발표한 「Glass Violin」과 「Water & Violin」에서 골라낸 곡들을 담은 앨범이다. 앨범의 제목 [유리 바이올린]도 시노자키가 한국어 단어 ’유리’의 어감에 반해서 한국판에서는 이 제목을 원했다 한다. 사실 ’glass’라는 단어보다도 유리라는 단어가 더 연약하고 부서질듯한 순수한 유리의 성격과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이 앨범은 유리같이 투명하고 순수하며 때론 부서질 듯 섬세한 곡들의 시리즈이다.

  첫번째곡 < My Son >은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음을 배경으로 마음까지 청정해지는 듯한 하모니카의 순수한 음색으로 시작한다. 아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만든 곡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어딘지모를 따스함과 애처로움까지 포함된 듯한 섬세하고 순수함이 묻어난다.

  <A Girl Wearing Rain Boots >는 제목에서 보여지는 천진난만함이 곡전체를 지배한다. 장화를 신고 빗물을 튀기며 잠방잠방 걷는 소녀가 생각날 듯한 경쾌한 음악이다.

  <Bow Bird> 는 경쾌한 타악기가 바탕에 깔리며 지극히 경쾌하고 가볍고 장난스러운 음이 흐른다. 흥겹게 떠도는 유랑극단들의 춤판같은 곡이다. 억압이 없는 자유로움이 흐른다. 같은 모티브가 반복되면서 즐겁게 조금씩 변형되는데 곡 전반에 흐르는 타악기의 소리가 떠남의 설레임이나 고동치는 심장소리 같기도 하다. 

  <King Maku> 는 다른 곡들에 비해서 조금 격정적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곧 섬세한 현악기가 동양의 전통적인 음색을 만들어내면서 먼 역사 속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쿵쾅대는 타악기들이 설레이듯 마음을 치고 지나간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투명함과 섬세함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서양의 악기인 바이올린으로 동양적인 애잔함과 섬세함을 표현하고 있다. 다른 악기들과의 조화로운 일체감도 감탄스럽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음악으로 마음이 정화되기를 원한다면 들어보기를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