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히친스. 100대 공적 지식인중 5위에 뽑힌 저널리스트. ’신은 위대하지 않다’라는 단 한권으로 막연히 알고만 있던 종교의 비합리성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의 부조리에 대해 명쾌한 답을 알려준 작가.

한국이라는 나라는 기독교 세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나라일 것 같다. 한국(남한) 전도를 그려놓고 오직 십자가-교회의 첩탑 위에 달려 있는-만을 표시한다고 하면 아마 온통 남한 전체가 새빨간색으로 도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밤에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빨간 십자가 일색이다.

이런 한국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1994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4년이 지나서야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다. 옮긴이도 밝혔지만, 이런 ’용서받지 못할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한 출판사, 그리고 역자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히 성인으로 알고 있는 ’마더 테레사’라는 수녀에 대한 비평서이다.

저자는 테레사에 대해 성자의 탈을 쓰고 부자나 권력자에게서는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이 세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그들을 가난으로 부터 구원해 주는 것을 거부하고, 온갖 인종청소와 잔혹한 행위들을 일삼는 독재자나 그 국가를 방문해서는 그들과 사진을 찍고 상을 받고 돈을 받으면서도 이 참혹한 현상에 대해서는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단지 자기에게 전용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기부금 125만 달러를 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1만 7000명으로 부터 2억 5200만 달러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찰스 키팅에 대해 관용을 배풀어 달라는 편지를 판사에게 보낸 사람으로서 단순히 전세계에서 500개가 넘는 수도원을 운영했던 다국적 선교 사업체의 수장일 뿐 이라고 일축한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찰스키팅에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테레사 수녀가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폴 털리라는 검사보가 보냈는데 그는 편지 내용이 압권이라서 일부를 소개해 본다.

"(중략) 당신은 이토 판사에게, 찰스 키팅에게 판결을 내릴 때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예수님이라면 하셨을 일을 하라고 권고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같은 과제를 당신께 드리고 싶네요. 범죄의 열매를 받았을 때...(중략)...나는 예수님이 망설임 없이 즉각 그 훔친 재산을 정당한 소유주에게 돌려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그래야 합니다. 당신이 키팅 씨에게서 받은 돈은 그가 사기로 훔쳤음이 유죄 판결로 확인된 것입니다. 그가 원하는 ’면죄부’를 그에게 허락하지 마십시오. 돈을 붙들고 있지 마십시오. 일을 하여 그 돈을 정당하게 벌었던 사람들에게 돌려주십시오!"

이 편지를 보낸 후 3년이 지났지만 털리 검사보는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라는 편지를 읽고 ’마더 테레사’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마더’ 테레사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어서 빨리 그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테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