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라는 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신채호는 조선 전기 세조를 보위에 등극시킨 보한재 신숙주의 후손으로 평생을 독립운동을 하다가 끝끝내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옥사한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단재 신채호 그의 삶은 우리 근현대사의 골곡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고 할 수 있다. 신채호는 처음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되지만 조국의 병합으로 인해 독립운동의 길에 들어서고 임시정부 수립에 기여를 하는듯 그의 독립에 대한 염원은 그 어떤 독립투사에 뒤지지않을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해야겠다. 특히 단재가 돋보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민족사관이라는 대족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단재의 민족사관은 당시 일제 강점기하에서의 민족의식의 고취는 물론이고 그동안 근대적인 역사관 성립에 기여를 하게 된다. 이후 해방을 맞이하여 민족사관은 재야학자들의 역사관으로 계승되어 잘못된 역사 인식 제고에 풀뿌리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조선상고사>는 특히 우리민족의 기원에서 삼국시대까지의 고대사 연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총독부를 대표하는 일제의 사학자들과 이병도를 필두로 한 친일 식민 사학자들이 역사 왜곡에 적극 간여하였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고조선이라는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삼국중 신라의 비중을 높이고,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내로 비정하고 임나 일본부등을 근거로 하여 한민족 자체가 예로 부터 열등한 민족임을 각인 시키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또 그렇게 믿게 되어 버렸다. 이병도를 비롯한 식민사학자들의 적극적인 연구결과로 인해 우리의 상고사는 그야말로 상처 투성이가 되었고 역사라는 자체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재의 조선 상고사 연구는 그 의미가 아주 크다. 그 동안 역사적 시각에 많은 문제점을 던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나 삼국유사가 철저하게 신라 중심으로 기술되 었다면 단재의 조선 상고사는 그 중심이 고구려에 있다. 그동안 신라가 부분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고구려와 백제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탄생시켰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부의 갈등과 부패로만 그려졌던 고구려나 백제의 역사가 단재에 의해 새롭게 부각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지금도 그 논란이 가라않고 있지 않는 한사군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한사군중 낙랑군의 위치를 한반도 내가 아닌 요동땅으로 비정함으로서 고조선의 실질적인 세력과 강역에 대해서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이는 지금도 식민 사학의 영향을 받은 강단 사학계와 재야 사학계의 끊임없는 논란거리 중의 하나로 조속한 시일내에 입장 정리가 되어야 할 문제이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 또한 단재는 새롭게 하였다. 연개소문의 군사 쿠테타를 외세저항에 대한 긍정적인 행위로 파악했던점은 그이 시종 일관적인 철학이었다. 묘청의 난을 조선사 일천년일대 최대의 사건을 규정할 만큼 반외세적인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후대의 조선상고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식민사학의 정신을 계승한 강단사학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거두인 이병도의 실증사학과는 거리가 먼 감정적인 사관으로 폄하한다. 일제강점기이라는 특수한 여건이 이런 사학을 탄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란 일개인의 그 어떠한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사초나 유물을 근거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재의 상고사에 대한 사관이나 해석은 극히 자의적이다는 것이 당시의 사학계나 지금의 강단사학계의 변함없는 논리이다. 물론 단재의 다른 저서들인 을지문덕전이나 이순신전등을 막연히 보면 다소 그런 우려가 보일 수 있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재의 상고사는 결코 자의적인 해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중국 한서,삼국지등 우리의 상고사와 동시대에 기술되 중국역사서의 해석과 고증을 통해 자신의 논거를 제시한 것이다. 지금의 강단 사학계에서 강조하는 고고학적 유물의 실증 또한 조작내지는 왜곡의 가능성이 제기 될 정도로 그 실증적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비록 국권 상실의 시대에 보다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역사관을 주입 시킬려는 의도는 있지만 대체로 그 동안의 역사관에 제동을 건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재의 역사관은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하고 철저히 수장 당했다. 해방 이후 사학계를 장악한 식민사학자들의 체계적인 역사 왜곡으로 인해 그의 독립적인고 자주적인 사관은 이념적 이데올로기와 맞물며 상당히 위험한 사상으로 내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재야 사학자들에 의해 이제야 단재의 역사관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시 단재가 파악했던 이론들 상당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해야 겠다.
사실 단재의 상고사에 대한 인식도 미비한 점이 많다(이는 당시의 객관적인 자료의 부족 및 미발굴된 고고학적 유물등으로 인한 한계성). 아마 단재가 지금의 객관적인 역사적 사초나 유물을 보았다면 과연 고조선과 고구려의 강역이 어디 까지 확장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국가를 알고자 한다면 그 국가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일 것이다. 국립박물관에 상고사 특히 고조선의 명기가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더욱 기가막힌 것은 고조선의 역사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밝혀 졌는데도 대한민국의 강단 사학계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재가 그토록 갈망했던 독립의 염원은 둘째 치더라도 과연 단재가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조선상고사는 당시 일제 강점기하의 민족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주었지만 오히려 지금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 많은 점을 던져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역사서 이전에 일종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자주적인 역사 철학서 라고 해야겠다. 그의 평생을 걸쳐서 작용했던 독립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 하는 것이다는 신념이 역사 인식에 그대로 작용한다고 해야 하겠다. 더욱이 지금 처럼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중국이 고조선과 고구려, 부여를 자국의 역사로 왜곡하는 지금의 형상을 보면 단재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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