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트로이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겼다. 신들은 신들 나름대로 편을 갈라 싸우고 지상의 인간들은 아킬레우스, 헥토르, 파리스등의 수많은 영웅들이 죽었다. 명예와 사랑을 위한 명분속에 트로이 전쟁은 그 대단원이 막을 향해서 질주 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으로 그 자리를 넘겨받은 오디세우스는 용맹스러운 면보다 지혜가 넘치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파리스의 죽음으로 헬레네를 차지하게된 데이포보스는 그야말로 트로이의 최악의 사령관이었다. 미인에 눈이 멀면 정말 보이는게 없는가 보다. 오디세우스의 전략으로 트로이의 수호신인 팔라디온을 획득한 그리스군은 목마를 남겼놓고 철수하게 된다.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하고 트로이 목마는 트로이의 재앙으로 남게 된다. 

기나긴 트로이 전쟁의 결말은 생각보다 다소 싱거운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의 공방전에 비하면 그 결말은 너무나 허무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쟁 이야기가 그렇듯이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부에 존재하는가 보다. 특히 헬레네의 운명은 우리에게 상당히 낯익은 부분이다. 고구려의 호동왕자와 낙랑국의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낙랑공주가 조국의 수호신인 자명고를 파괴 하였듯이 헬레네는 트로이의 상징인 팔라디온을 오디세우스에게 넘기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어 세계 곳곳의 신화나 전설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트로이의 목마>는 결국 트로이 멸망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흔히들 외부에서 들어온 것에 의해 내부가 무너지는 것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하는 것의 유래가 된다. 이처럼 트로이 전쟁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트로이 전쟁 자체에 비중이 높은 것도 있지만 전쟁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트로이 전쟁 이후 그리스군은 비록 승리를 하였지만 그 승리의 댓가는 가혹하다. 그리스 연합국의 총 사령관 아가멤논의 뒷 이야기는 왠지 씁쓸한 맛을 풍기고 있다. 개선장군으로 환대를 받고 귀향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타국생활을 해서 그런지 왕비는 변심하게 되고 결국 왕비와 왕비의 정인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가멤논의 딸인 엘렉트라와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로 인해 그 한을 풀게 되지만 결말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이 어머니를 죽여야만 하는 비극이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뒷 이야기가 모두 비극적이지는 않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담과 로마라는 새국가를 건설하는 아이네이아스의 모험담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트로이 전쟁으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의 무한한 욕정과 우정 그리고 명예, 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 지고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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