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산업국과 개발도상국의 가장 큰 차이점을 우리는 흔히 외형적인 경제규모와 경제/경영 효율성 그리고 정치 시스템의 민주화에서 찾고 있고 그러한 분류기법에 의해 대략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 통례이자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주의 잣대를 적용할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분류법의 오차 범위를 벗어나고 있지 않는 것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CECD회원국에 가입한지 10여년의 시간을 지났고 외형적인 경제규모 역시 손가락 안에 들어가며 G20의장국으로 성공리에 소수 정예부대의 회의를 이끌었던 대한민국을 선진산업국 흔히 선진국이라고 분류하는 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바로 이웃나라인 G2라 일컫는 중국을 우리나 다른 누구나 선진국이라고 칭하는 법는 없다. 그럼 그토록 소망하고 갈망하는 선진산업국으로 대접받기 위해선 어떠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장 미셀 지앙의 <문화는 정치다>는 바로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아주 작은 부족분 2%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부족분 2%라고 표현을 했지만 다른 시각에 고찰해보면 2%가 아닌 어쩌면 98%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우리에게 아직도 요원한 그 무엇은 바로 '문화'라는 컨텐츠이다. 굳이 문화의 사전적인 의미를 새삼 들먹일 필요성은 없지만 문화는 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삶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교량 역활을 하는 정신적인 지주이자 공동체를 끌어가는 에너지원이라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충원 혹은 보존되지 못할 경우 그 공동체는 그야말로 허접한 껍데기만이 존재하는 실상 없는 허상으로만 남게 된다는 것을 세계사는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모든 공동체에게는 그 공동체만의 독특한 문화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문화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끌어가는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서구제국주의의 발호로 인해 어설프고 왜곡된 근대화라는 개념이 접목된 우리에게 문화는 그저 사치재의 일환으로만 여겨져왔다. 36년의 일제감탈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을 겪으면서 초토화 국토에서 그저 삶의 희망은 하루 세끼 민생고 해결이 급선무였고 국가적으로도 최빈국 탈출을 위한 경제발전이 최우선과제였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상을 지내왔다. 이러한 제로섬 게임의 벼랑에 내몰린 우리에게 오천년을 면면히 이어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미사여구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빨리빨리라는 국적을 알수없는 문화 아닌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우리 고유문화 자체에 대한 망각의 세월을 지내왔다. 이러한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단지 경제발전과 민생고 해결이라는 대의에 앞에서 좀더 먹고 살기 편해지면 돌아보자는 인식으로 남게 되었고 이러한 인식은 지금도 진행형에 있다.

그러나 이제 외형적인 성인식을 통과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은 과연 어떠한가에 대해서 외부의 대답이 있을 필요도 없이 우리 스스로가 잘 인지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성인은 되었으나 정신적으로 아직도 유아기에 놓여 있는 엇박자 성장을 해왔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지만 그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특단의 노력에 대한 시도가 이 책을 통해서 필히 되새겨봐야 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지침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책은 프랑스라는 문화대국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탄생했는지를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문화정책은 어떻게 해야하고 어떠한 분야를 육성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하며 이러한 담론을 정치적 리더들이 어떻게 끌어가야하는지에 대해서 소상하게 서술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프랑스만의 독특한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고 세계화를 향한 시금석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의 문화정책과 우리의 현실을 동일한 선상에 두고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절로 부끄러워질 수 밖에는 없는 현실앞에서 상당한 좌절감을 맛볼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겐 IT강국으로서의 면모가 있고 프로야구문화라는 새로운 콘텐츠들이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5천년이라는 장구한 역사와 더불어 유불선의 적절한 조화로 자리잡은 전통문화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유효적절하게 접목시켜 나아간다면 우리만의 유니크한 문화를 탄생시킬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리더의 소양과 자질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화는 공동체 일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지만 제대로 형성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