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에 첫선을 보이고 이번에 새롭게 전면 개작한 조정래의 <황토> 그야말로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서사시이다.  특히 여리디 여린 여인의 몸으로 겪어온 굴곡의 세월은 애잔하다 못해 서럽게 다가온다.  이번 작품은 한민족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트라우마를 각인시킨 일제감정기, 해방전후, 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여인의 한 많은 인생유정을 내러티브에 실사로 담아내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동안 작가는 태백산맥/아리랑/한강등 굵직 굵직한 대하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 당시 시대상이 담아 내고 있었던 담론을 대중화 시켜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작품 역시 작가가 대변하고 싶은 시대상에 대한 담론을 물론이거니와 이와 병행하여 전작들과는 사뭇다른 여인을 주인공으로 포커스를 맞춘 점이다. 대게 이러한 비극적인 시대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 다름 아닌 여인들이고 특히 작가는 신노스케(태순), 세연, 로버트(동익)이라는 서로 다른 세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어머니로 그리고 한 여인으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점례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살아가야만 했던 여인상을 조명하고 있다. 물론 지엽적으로 한 여인과 개인사에 대한 조명이 될 수 도 있지만 점례가 대변하는 삶은 다른 한편으로 모든 여인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역사소설이자 시대고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작중 점례와 복순 그리고 순심이 열변을 토하는 내용에서 남성들의 못난점으로 인한 국권상실, 해방이후 좌우익으로 나뉘어 분단으로 몰고간 남성들의 이기심등 군데 군데에서 페미니즘적인 색체가 강한 면을 엿볼 수 도 있다. 특히 독립운동을 해외에서 할게 아니라 국내로 들어와서 일본놈을 하나씩 죽이고 자신도 죽다보면 일본에서 해방되지 않을까라는 기발한(?)생각은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남성들의 사고를 지적하는 칼날 같은 비수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폅소하고 편협되고 보잘것 없어만 보이는 단편들이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민중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거시적이고 담대한 담론보다 현실적이고 작은 생각의 파편들의 묘사가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면서 독자들 감정에 호소력이 커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서글프게 다가온다.

 

황토, 조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