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덩달아 커진다는 소리가 쉰소리가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무예도보통지]와 많은 연관을 가졌으리라 추측되는 야뇌 백동수는 공중파 TV 드라마로 인해 지금에 와서야 서서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전까지는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에서 약방에 감초 같은 역활을 담당하면서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김진의 활약에서 솔솔한 자극제 역활을 담당함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과연 야뇌 백동수가 어떤 인물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했던 인물 정도였다. 그만큼 백동수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고 기껏해야 조선 무예의 총람서적인 무예도보통지와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무예의 달인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이수광의 <조선 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작품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관심의 시선을 피할 수 없을 만큼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보여질 수 있었다. 정도전을 통해서 역사소설의 한 획을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 이런 기대감은 더 컸던 것이고, 그간 역사소설에서 단골 주인공 역활을 해왔던 인물상(주요 정치인이나 학자풍의 인물들)과는 다른 의도로 접근했다는 점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으로 기대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 작품을 읽어난 느낌은 상당한 실망감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인물의 성격상 무예와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리라 예상은 되었지만 이수광이라는 작가의 필력으로 어느 정도 다른 접근 기법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앞선 탓에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무협에로소설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다. 무협지를 연상케 하는 과장된 무술장면과 더불어 여인들과의 에로신은 전형적인 무협소설의 스트럭쳐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또한 진화의 도원가의 일부분인 君不見江南村 竹作戶花作藩의 시를 인용부분에서는 원작이 시사하는 농촌사회의 피폐한 모습보다을 너무 안빈락도하는 모습을 재해석한 부분이라든가 군데 군데 삽입된 시들의 인용이 오히려 내러티브의 진행과 엇박자를 이루고 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한다.(물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불찰이나 무지가 앞서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전반적으로 전작인 <정도전>에 비해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힘이나 설정 그리고 결말부분의 맥빠짐등이 눈에 거슬리게 다가온다. 물론 이 역시 무인 백동수라는 한계에 따른 점이라는 것은 이해되지만 차라리 촛점을 무인이나 무예쪽에 집중하는 것 보다 다른 컨텐츠로 접근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강렬하게 남는다. 이러한 점들이 본 작품을 역사소설도 아니고 무협소설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이르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그동안 역사소설의 단골 메뉴였던 인물들과 차별화된 무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펴낸 소설이라는 위안을 가져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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