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동화책으로 읽은 <해저 2만리>는 네모 선장이라는 이름과 심해에서 만난 괴상스러운 물고기, 아주 큰 오징어와의 싸움으로 기억되는 소설이다. 하도 오래 전 읽었던 책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만은 또렷이 남는 책인데, 이번에 생생한 삽화가 더해진 완역판으로 만난 기쁨은 무척 컸다.

대강의 줄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새로운 맛으로 읽혀진 책으로,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포옥 빠져 읽었다. 워낙 두터운 분량이다보니 한 번에 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 번 손에 들리면 놓기가 쉽지 않아서 새벽잠을 계속 자야 했다.^^*
역시, 나를 사로잡은 인물은 네모 선장이다. 완역으로 만난 네모 선장은 캐릭터가 이랬던가 싶을만큼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아로낙스 박사의 하인인 콩세유 또한 그저 박사에게 매우 충실한 하인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꽤 독특한 개성으로 그려져 있어~ 새롭게 눈에 띈다.

’SF문학의 아버지’라는 쥘 베른의 명성을 확인하기에 결단코 부족함이 없는 <해저 2만리>... 
해저 항해를 하는 곳마다 그 곳의 지리나 기후, 생물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들이 방대하게 펼쳐지는데~ 책 속에 담겨 있는 백과사전식 지식과 정보들에 그만 입이 떠억~ 벌어졌다. 과학과 수학은 물론이고 동.식물, 천문학, 예술, 음악, 지리학, 생태학 등등 광범위하게 풀어놓은 지식들은 매페이지마다 쓰여졌다 느껴질 정도이며~ 읽을 때마다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왔다. 

140년 전에 쓰여진 <해저 2만리>에서 만나는 바다 속 세계는, 쥘 베른이 직접 체험을 한 후 써내려간듯 얼마나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던지~~, 출간 당시 책 속의 그려진 그 세계가 실존 세계라 믿는 ’베르니안’이라 불리는 독자층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헬멧식 잠수기 / ’노틸러스’호의 잠수기 - 152~153쪽

1870년 당시의 과학적 기술에다 쥘 베른이 상상으로 입혀 낸 과학 이야기는 그야말로 실제처럼 느껴질 만큼 치밀하고 정교한 묘사로 되어 있다.  쥘 베른의 소설들이 20세기 과학기술 진보에 기여했음을 삽화와 글로 적고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전력으로 움직이는 쥘 베른의 ’노틸러스’호는 시대를 40년은 앞서 있었다.- 107쪽
쥘 베른은 신비롭고 무진장한 전기력, 즉 핵에너지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80년 전에 ’노틸러스’호에 설비한 것이다. - 328쪽 

해저 2만리를 여행 하는 동안 아로낙스 박사와 일행이 맞닥뜨리는 모험들은 읽는 재미를 한껏 안겨주는데, 해저 사냥이야기, 파푸아의 야만인들 이야기, 좌초되었다가 빠져 나온 이야기, 비고 만의 보물 이야기, 아틀란티스, 수심 1만 6000킬로미터를 내려간 이야기, 남극의 얼음감옥에 갇힌 이야기, 크라켄이라는 괴물 오징어와의 격투, 폭풍우에 맞선 이야기 등등 숨가쁜 모험이야기가 잔뜩 펼쳐진다.

과학은 상상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지구에서 달까지>,<해저 2만리>등을 통해 우주로켓과 잠수함을 그려 넣은 쥘 베른의 과학 소설이~ 현대 과학 기술의 바탕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은 나에게 활력을 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일을 하지 못하면 산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 쥘 베른
1년에 2편의 작품을 꼬박꼬박 출판했다는 쥘 베른에게 있어~ 삶이 글쓰기이고, 쓰는 일이 사는 일이었던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보니~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 많은 자료들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책으로 써내려 갔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움만 커진다. 가히 천재적 재능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네모(라틴어로, ’아무도 아니다’라는 뜻) 선장의 이름은 상상 세계의 여행과 동의어가 되었다. - ’쥘 베른의 그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