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 때문이라고 했던가! 각박하고 난폭하고 이기적이란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서~~ 그래도 한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건널목 아저씨'와 같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읽고난 후의 감동이 더욱 진하게 베어드는 이 동화는, 매우 재치있고 유쾌한 문장으로인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역시 김려령 작가의 책이다 싶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데 아무래도 초등아이들을 위한 책이니만큼 그만큼의 시선에 맞춰 써내려간게 아닌가 싶다. 

건널목이 있어야할 곳에 건널목이 없는 곳이 참 많다. 큰 도로에는 그렇지않지만 작은 도로에는 건널목과 신호등이 없어 길을 건너는 노약자들에겐 항상 위험이 도사린다. 이 책에서도 등교하는 길에 놓여있지 않은 건널목때문에 무단횡단을 하거나 빙둘러 가야하는 불편함을 겪는 동네가 나온다. 그 동네에 어느 날 갑자기, 카펫으로 만들어진 건널목(횡단보도의 무늬)과 신호등 모자를 쓴 아저씨가 나타나서 아침 등교길과 오후 하굣길에 아이들이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떠돌이였던 아저씨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 아저씨의 도움을 고마워하게 되고, 아저씨는 그 동네에서 마련해준 작은 거처에 머물면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도 되어드리고, 힘없는 꼬마들의 안전을 지켜주기도 하면서 지내게 된다.

이런 의지가지 없을 법한 아저씨에게도 수요일마다 꼭 들러봐야할 곳이 있다.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간지 오래되었고,아빠는 병들어 세상을 떠나버려서 오누이만 덩그마니 버려진 집........ 그 집에 매주 찾아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건널목 아저씨'는, 어느 날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 잦아서 늘 도망치듯 건널목아저씨에게 찾아오는 여자아이와 함께 이 오누이가 사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오누이와 여자아이는 만나게 되었다는데...............

건널목아저씨가 나오는 이 이야기는, 책 속에 등장하는 동화작가가 동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이야기다. 동화작가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동화처럼 들려준다는 설정으로, 그렇게 꽁꽁 가슴에 쌓아두어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었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한결 가벼워지고 치유받게 되었음을........ 그리고 누구나 어렵고 힘든 삶의 한 토막을 거치게 될 때 어디선가 내밀어 주는 위로의 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건널목 아저씨'는 내가 될 수도 있고, 어리지만 우리아이가 될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누군가 힘들어 하고 지쳐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내밀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손을 가졌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