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읽고 있으면 나도 따라 어린이가 되곤 한다. 그래서 좋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손에 잡는 느낌이랄까? 어떤 동시는 지난 어린 시절의 잊혀진 한 토막을 떠올리게도 하고, 어떤 동시는 그 시감을 통해 아이들처럼 순수한 눈으로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부문 수상 동시집인 <난다 난다 신난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벙싯 벙싯 웃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이 옆에서 무슨 책을 그리 행복하게 읽느냐고 묻는다.

등굣길 / 이병승편
아침에 꼭 있다 // 침 흘린 자국 허연 아이 / 도깨비 뿔처럼 머리카락 삐죽삐죽 솟은 아이 / 왕방울 눈곱 단 아이 / 졸면서 비틀비틀 가는 아이 / 왕왕 서럽게 울면서 가는 아이 // 나? / 나는 또 신발주머니 놓고 왔다 / 헤헤. (전문)
진짜 이런 아이 꼭 있다. 나 어릴적에도 그랬고 아마 지금 아이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하. ’신발 주머니 가방 머리 위로 빙글빙글 (’헬리콥터’ 중에서)’ 돌리면서 다니던 남자아이들도 눈에 선하고 말이다.

<뻥튀기는 속상해>를 읽고 뻥튀기를 볼 때마다 그 동시를 떠올리는 우리아이는 이 동시집에선 또 어떤 동시가 마음에 와닿았을까 싶어 물어보았다. 나처럼 히죽히죽 웃으면서 읽더니만, 몽땅 재밌단다. 그래도 그 중에서 세 편만 골라 보라니깐~ <헬리콥터>, <손자국>, <모기 사이렌>을 고른다.
’난다 난다 신난다’라는 말이 정말 신나게 들린다며 <헬리콥터>를, 자신도 유리창이 너무 깨끗하면 벌레들이 쿵 부딪힐것 같단 생각을 했었는데, 자기랑 똑같은 생각을 했다면서~ 손바닥 도장 찍어줄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배웠다고 좋아라 하며 <손자국>을, 모기가 나타나자 갑자기 비상이 된 집풍경이 우습고 재밌다며 <모기 사이렌>을 꼽는다.
그리곤 덧붙인다. 다른 거 또 골라도 돼요?
동시집을 읽고 좋아하는 동시를 고르는걸 보면 아이 성향도 슬쩍 나타나는것 같다.^^*

36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 이 동시집은... 지구가, 어린이가 되어 말을 할 줄 안다면 아마도 똑 이렇게 하소연 했을 것 같은 <지구의 일기>, 이름 앞에 붙은 성이 홍에서 박으로 바뀐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아이의 심리를 그린 <석구>, 할머니 키질에 ’가벼이 들까부는 녀석들은 냉큼 키 밖으로 쫓겨’나고, 알곡들만 키 안쪽에 남는다는 동시는 제목 때문에 더욱 재미나서 자꾸 읽게 되는 <까불지 마>, 읽어가다 그 순수한 발상에 감탄을 했던 <백 점 맞은 연못> 등등.... ’지난 1년동안 73명의 응모자가 보내 온 1,400여편의 동시들 중에서 가려 뽑은 작품’들로, ’새로운 시인상’을 받은 세 분 시인들의 작품을 보는 맛은 통통 튀고, 즐겁고, 흐믓하다.

백 점 맞은 연못 / 박승우편 
하늘 선생님이 / 연못을 채점한다 // 부레옥잠, 수련, 소금쟁이 / 물방개, 붕어, 올챙이...... // 모두모두 / 품 속에 안아 주고 / 예쁘게 잘 키웠다고 // 여기도 동그라미 / 저기도 동그라미 // 빗방울로 / 동그라미 친다. (전문)
연못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그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가 채점을 하는 동그라미라고 생각하다니... 시적 발상이 참 놀랍다. 사실은 부럽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걸까? 
이토록 예쁜 동시들을 읽고 순수하고 맑은 시선을~ 우리아이들 모두 가졌음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