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아버지가 꿈꾸는 나라. 지금의 아버지에게도 분명 철없는 어린 시절이

있으셨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짤막짤막하게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더욱 컸다.

책에는 우리의 아버지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분명 젊은 시절에는 혈기왕성한

대한민국을 견인했던 이들이지만 어느 정도 갖추어서 이제 누릴만 하니

내려오란다. 싸구려 담배를 물고 공원에 있는 모습.. 다름 아닌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잘 웃지도 않으셨지만 잘 울지도 않으셨다. 그 분에게는

눈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셨다. 마치 철옹성처럼 딱딱하고 무너지지 않으실 것처럼

보이셨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작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강인하면서도 초인적인 분이셨다. 하지만 과연 슬프지

않으셨을까? 나보다 더욱 슬펐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 데 어찌

슬프지 않으셨을까? 어렸을 때부터 동거동락한 형제가 죽었는 데 어찌 슬프지

않으셨을까? 하늘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더이상 살고싶지 않으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딱하나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든든히 버텨야 한다는 사명감을 위해

이를 물고 참으셨으리라. 참으로 나의 아버지지만 딱해 보이셨다. 그 누구보다

위로 받고 싶은 분은 다름 아니라 자신이었을 텐데.....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참으로 무서운 분이셨다.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 목욕탕

가는 것이 참으로 싫었다. 아버지께서 때를 빡빡 미셨기 때문에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피해다녔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말도 안했다. 그냥 싫었다.

너무 고지식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식이 부족한 아버지를 비웃기도 했다.

평생 농사꾼 집에 태어나 평범한 시골에서 태어나 소를 키우다가 돈 벌러 도시로

나온 아버지. 가장 평범한 격동의 한국사회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비호속에서 자라서 한참이나 그 사실을 몰랐다. 아버지가 항상

지켜주시고 계셨음을. 차가운 비바람을 모두 혼자 짊어지고 나를20대까지 고생한 번

안 시킬려고 하신 것을.

20대.. 나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20살 때까지 제대로 된

운동 한 번 못해보고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인문계 대학을 나온 나.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보충대 훈련소 앞까지 따라 오셨다.

나는 자꾸만 괜찮다고는 했지만 아버지는 싸구려 국밥을 사주면서 따라오셨다.

시간이 흘러서 입대하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말았다.

평생 단 한 번도 안 우시던 분이 내가 입대한다니까 우셨다. 더한 고통과

서러움을 받으셨을 아버지이실 텐데 겨우 내가 ,자신이 입대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입대하는 것일텐데 아버지가 우셨다....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우리 아버지도

우실 줄 아시구나 저렇게 엉엉 우실 줄 아시구나.

한 날은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어느 덧 내가 50이 넘다니..."씁쓸한 미소셨다.

그 미소에서 나는 젊은 청년의 모습을 보았다. 그 씁쓸한 미소에 한 때는 생기 넘치

셨을 꿈을 가지셨을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의 아버지도 한 때는 펄펄

끓는 마음을 가진 청춘이셨을 그 모습을 보았다. 25이 되어서 철강기업에 들어가서

평생을 일하신 아버지... 그 날만은 내 또래 친구의 모습이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의 아버지 모습과 너무나 흡사해서 오버랩되었다.

글 하나하나에 장면이 떠오르면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중에 사천원 시급의 일에 나가는 것으로도 행복해 하신다는 아버지의 모습

먼가 일거리가 있는 것에 고마워 한다는 아버지의 모습.

남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얘기하는 거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이승기,싸이 - 아버지 라는 노래이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 하지 마요. 이젠

나와 함께 갈께요. 당신을 따라 갈께요.

세상의 무상함에 눈물이 고이고 아이고, 아이들은 바뻐 보이고 아이고

산책이나 가야겠소 여보 같이 가주시오. 같이 가주시오.

아버지, 책, 사랑, 헌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