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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느낀점]

문학 속에 문학이 깃들여 있는 황석영소설 <개밥바리기별> 이 책을 읽기 전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이 책의 제목이 무척 궁금했다. '개밥바리기별'이란 금성이 새벽에 동쪽에 나타날 적에는 '샛별'이라고 부르지만 저녁에 나타날 때에는 '개밥바리기'라 부른다고 한다. 즉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난다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소설 속에서도 대위가 준이에게 서쪽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별을 가리키며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리기.'라고 했다. 준이도 그랬지만 나도 어쩐지 별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준이를 중심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준이는 곧 황석영이다. 황석영은 준이를 통해 자신의 지난 과거를 보았고 과거를 통해 또 다른 문학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을 통째로 잃어버리기도 하고 얻기도 한 젊은 시절. 그는 젊음을 모두 소비해버렸을 정도로 전국을 누비며 말 그대로 나그네의 삶을 살았다. 그 마지막에 도착했을 무렵 그가 깨달은 것은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다.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되며 그리고 자기가 선택한 모든 것을 긍정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삶에서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작가의 말에 그가 쓴 <개밥바라기별> 소설의 취지이다.

준이는 떠나 기전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싶어 과거로 다시 되돌아 왔다. 그것은 어쩌면 파충류의 허물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골칫거리였다. 집에서는 장남인 주제에 한 번 나갔다 하면 몇 날 며칠 들어올 생각을 않았고 학교에서는 선생과 친해지지 못해 자연스레 삐딱선을 타고 말았다. 더 이상 무기력한 학교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진 자퇴서를 내고 말았다. 한 때는 학교생활에 정을 붙이려고도 했지만 그의 노력은 항상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그의 생각 속에 학교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제도일뿐 그에게 있어 그 어떤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별이라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별을 보기 위해 떠나야 했던 것이다. 친구들은 그의 선택이 무모하다며 장래를 걱정했지만 그는 확실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왜냐면 자신은 이미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이고 흘러가면서 자신의 길을 만들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학교를 퇴학한다고 해서 사회에서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좋은 위치를 누릴 기회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학교든 집에서든 졸업장은 필수로 꼽는 것이다. 학교를 구지 나온다고 해서 좋은 자리에 취직 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학교를 나오지 않고서는 사회의 빛을 보기란 쉽지 않다. 준이는 그 모든 설득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도와 학교가 공모한 틀에서 빠져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갔다.

학교를 자퇴하고 난 준이는 두 가지 삶을 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끝과 끝을 달리다 다시 만나는 원점처럼 돌고 돌았다. 사실 그가 추구하는 삶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전국을 떠돌며 그가 보고 느끼고 체험했던 그 모든 것들이 그가 쓴 소설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하루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책만 보고 글을 썼다면 오늘의 맛깔스런 글이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끝없이 걸었고 세상에 담긴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눈에 담으려 했다. 어차피 그것이 젊음이고 인생 자체가 소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말한 바대로 자신의 길을 그는 걸었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갔다. 마치 이미 예고된 것처럼 그가 쓴 젊은 날의 소설의 삶이 그가 살아온 인생이 되어 버렸다.

사람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준이는 여행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했다. 어쩌면 스스로는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했다 말할 수 있지만 그건 상진의 말처럼 어른 흉내 내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한 해가 다름을 느낀다. 많은 나이까지는 아니지만 10대도 보냈고, 20대도 보냈다. 그리고 30을 살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또 다시 내일을 돌아보면 어제의 내가 얼마나 어리숙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은 인생을 보고 배우고 성장하고 또 그렇게 살아간다. 평생 자라지 못한 어른이 되어 그렇게 생을 마감한 사람도 있지만 우리의 삶은 죽는 날까지 성장하고 배우고 느끼며 또 그렇게 살아간다. 그것이 삶이다. 황석영 역시 여행의 끝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자신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는 중이다. 그 길은 바로 작가로써의 길이었다. 유치장에서 만난 대위와 전국을 떠돌며 노가대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 잠시, 글 쓰는 것이 아무짝에도 쓸 것이 없고 우스워 보였지만 결국 그가 돌아간 곳은 작가의 세계였다. '글을 쓸 수 없다면 내 존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그가 여행 끝자락에서 발견한 그의 글이고 여행의 참의미였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미아는 준이를 사랑했지만 준이는 자신과의 만남 때문에 미아를 충분히 사랑할 수 없었다. 미아도 준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픔이 일상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결국 준이는 자신을 찾기 위해 미아를 두고 대위를 따라 전국을 떠돌게 된다. 미아는 그를 붙잡지도 그에게 머물라 달라 요구하지도 않았다. 함께 있을때도 미아는 준이가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그때도 자신을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청소년 시절에는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가 황석영은 이 소설을 통해 젊음을 말하고 싶었고 자신이 느낀 젊은날의 느낌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글을 썼던 것이다. 젊음이란 말만 들어도 좋은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 돈으로 살 수도 그 어떤 수단으로도 되돌아 갈 수 없다. 단지, 추억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청춘은 충분히 아름답다.

[책 속 좋은 글귀]
*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 인마,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정수)

* 너 어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고작 뭔지 생각해봐라. 우리 어머니는 내가 의사가 되어주기를 바라구 있어. 네 아버지는 아마도 검판사나 무슨 변호사라두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자기들이 겪은 인생이 어렵고 무서웠으니까, 고작 신사처럼 살아갔으면 하는 거야. 이런 초라한 소망은 어른이 되어서두 변하지 않아. 늘 쫄리구 두렵구 그러니까 별의별 수단을 다 해서 더 출세할려구 평생 몸부림이지. 나는 그런 줄에서 빠질 거야. (준)

* 김황원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상을 보는 자의 육신의 한계를 그는 말한다. 아무도 육신에 갇힌 그 장애를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던 풍경이 눈앞에서 사라지던 그때로부터 몸짓으로 자기의 삶을 생생하게 지어내고자 했다. 그는 보경처럼 어느 경지엔가 당도할 목적지도 없으며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세계를 변화시킬 방편의 관념도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산다. 주어지는 대로 지금, 여기에, 있을 뿐이다.

*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준)

*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 깨다 하는 그런 나날.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바라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아 언제나 충족되지 않은 미열의 나날.

* 눈에 보이는 것만을 숭배하는 자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오로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만 빠져 있는 자는 그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되리라. 파멸하는 것과 파멸하지 않을 영원한 것, 이 두 길을 더불어 갈 때 그는 파멸하는 것으로써 죽음을 건너고 파멸하지 않을 영원한 것으로써 불멸을 얻으리라.

*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