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 후 미니 감상평]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시인이었고 아버지는 유명한 의사이지 민족학자였다. 그때 당시 많은 작품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와일드는 작가로서 성공을 누리지 못하였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케 만들었지만 그때 당시 와일드 작품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부할 정도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와일드의 단편집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과 달리 동성애를 가지고 있던 그는 그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 가정은 결국 파경을 맞이한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과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그에게 잔인하게 아이들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뒤로 떠도는 신세로 전략하다 이름없이 가난하게 생을 마감한다.

 

와일드의 작품 대부분은 사랑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다. 나는 그를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라 이름을 붙이고 싶다. 그는 현실을 도피하는 이상주의이면서 현실을 추구하는 현실파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하면 유미주의자, 동성애자, 이단자, 전위주의자 등의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와일드에게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통해 더 나은 현실을 만들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은 '고전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던 시대였다. 그때 당시의 아름다움은 지배 계층의 아름다움 이었고, 사랑은 냉혹하고 잔인하며, 후광에 비췬 세상은 가난 하기만 했다. 이러한 시대를 타파하고 새로운 현실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그러한 사실은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행복한 왕자>는 사실 행복한 왕자가 아니다. 무엇이 행복의 기준인가를 잘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행복한 왕자가 살아 있을 때 사실 부족함 없이 나라의 모든 것을 누리며 불행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그가 죽고나자 사람들은 왕자를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만들어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행복한 왕자는 온몸이 최고급 금박으로 둘러싸이고, 눈에는 반짝이는 사파이어 두 개가, 손에 쥔 칼자루에는 커다란 붉은 루비가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왕자를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행복한 왕자는 그 나라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왕자는 울고 있었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서 그의 눈에 비췬 세상은 슬프기만 했기 때문이다.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 아픔에 허덕이는 이들, 굶주리는 이들, 집이 없어 헤매는 이들, 추위에 죽어가는 이들, 폭력에 죽어가는 이들까지 세상의 행복은 극과 극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와서야 세상의 아픔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행복한 왕자는 제비를 통하여 자신의 눈의 보석과 칼자루의 루비, 온몸의 금박을 긁어 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초라하고 마치 거지의 형상을 하고 있는 행복한 왕자는 더 이상 사람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 채 버려진 존재가 된다. 무엇이 과연 행복일까? 물질의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보여지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행복하다는 기준이 사실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에서는 사랑만을 추구하는 나이팅게일과 이기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학생의 이야기다. 나이팅게일은 노래한다. "사랑은 에메랄드보다 더 귀하고, 오팔보다 더 값진 것. 진주와 석류로도 사랑은 살 수 없어. 시장에 나오는 물건도 아닌걸. 사랑은 상인들에게서도 살 수 없고, 금을 재는 저울로도 그 가치를 잴 수 없지." 결국 이렇게 나이팅 게일은 끝까지 사랑을 노래하다 학생을 위해 한 송이 빨간 장미꽃을 남기며 죽음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학생은 그의 죽음의 빨간 장미꽃을 무참히 짓밟는다.  

 

<자기만 아는 거인>은 한 아이를 통해 사랑을 배우게 되고 그 사랑을 통해 천국에 이르는 길이다. 이 작품 또한 사랑을 주제로 한다. 와일드의 작품 대부분은 사랑이다. 자기만을 사랑한 거인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자기집 담장을 높이 쌓아 올린다. 그곳은 봄이 없다. 거인의 정원은 담장이 넘 높아 슬프게도 4계절 모두 차가운 겨울만 존재한다. 어느날 그 담장 사이로 작은 구멍이 나고 그 구멍을 통해 아이들이 거인의 정원에 뛰어 놀게 된다. 아이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봄이오고 꽃이피고 나비가 날아 다닌다. 사랑을 피우고, 희망을 피우고, 생명을 피워 내는 이야기다. 

 

<헌신적인 친구>의 주인공 한스는 정말 말 그대로 헌신적인 친구다. 헌신을 하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 까지 한다. 어쩌면 너무 어리석은 것 같기도 하고 그의 놀라운 친구에 대한 헌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앗간 친구는 쓸모없는 수레를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스를 온갖 일로 부려 먹었다. 그리고 늘 그에게 교훈을 한다.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좋은 친구란 그냥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친구에게 교훈하고, 훈계하고 그것은 부모님과 스승이지 친구는 아니다. 방앗간 친구의 잔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니 친구에게 진정한 친구라는 무기로 함부로 판단하거나 훈계를 하지말자!

 

<어부와 그의 영혼>은 인어공주에게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인어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진 어부는 끊임없이 인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인어는 어부에게 자신과 바다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을 버려야 함께 살수 있다고 말을 한다. 어부는 그때부터 자신의 영혼을 버리기 위해 사제도 찾아가고 상인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사라고 애원을 하기도 하지만 그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한 가운데 사악한 마녀를 만나게 된다. 그 마녀가 가르쳐준 방법을 따라 자신의 몸에서 영혼을 잘라나게 되고 어부는 물속으로 들어가 인어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하지만 버림받은 영혼은 마음이 없어 세상을 방황하게 되고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은 주인을 원망하게 된다. 아무리 어부에게 부, 명예, 지혜를 준다해도 어부는 "나는 지혜보다 사랑이 더 좋아." "난 재물보다 사랑이 더 좋아." 라고 말하며 그 모든 것을 거부한다. 결국 영혼은 거짓으로 속임수를 써서 어부와 다시 하나를 이루는데 아무리 마녀가 가르쳐 준 방법을 써서 영혼을 다시 분리 하려고 해도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슬픔을 가누지 못한 어부는 하염없이 바다를 향해 외치지만 인어는 대답이 없다. 그 만큼 어부 안에 있는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육체의 사랑을 추구했던 어부는 인어의 죽음으로 함께 죽음을 택하게 되고 영혼은 사라지게 된다. 참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소설은 영혼의 사랑을 예찬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와일드는 육체적인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노래하였다. 하지만 결국 육체의 사랑의 결말은 끔찍한 죽음으로 돌아왔다. 정신과 육체의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인 것 같다.

 

와일드의 대부분의 작품을 보았듯이 이와같이 권선징악을 나타내고 있다. 그 두드러진 특징은 <별에서 온 아이>에서 가장 잘 나타나 있다. 자신이 별에서 온 아이인줄 믿고 자라왔지만 실상 자신의 어머니가 거지임을 알게 된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부인한다. 자신이 별에서 온 아이라 믿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형상을 지닌 아이였지만 자신이 거지의 아들임을 알게 된 그때부터는 두꺼비 형상을 가지게 된다. 이를 참회하기 위해서 별에서 온 아이는 길을 떠나게 되는데 그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면서 다시 아름다운 형상을 가진 아이로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 같다. 현실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동화로 표현한 그의 많은 작품은 실로 너무나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