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느낀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작가를 보고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파울로 코엘료를 무척 좋아하여 그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그의 첫 산문집이다. 이 책에 담긴 글은 그가 여행하며 직접 겪은 일화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들, 전 세계 신문과 잡지에 게재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알차고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의 잔잔함과 풍요함을 얻는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때보다 한층 작가와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암튼 그런 이상스런 착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그의 일상을 그리고 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하루의 일과 중 하나가 산책이라 할 정도로 그는 산책을 좋아한다. 그는 한적한 시골에 방앗간을 개조한 집 한 채를 샀다. 매일 아침 닭 울음소리에 깨어나 아침식사를 하고, 소와 양 떼들을 지나 옥수수밭과 초원 사이를 거니는 것이 그의 일과다. 이곳에서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도 답도 없이 온몸으로 순간을 살고, 일 년에 사계절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며 산다. 그곳에 둘러싼 자연과 그는 어느덧 하나가 된다. 하루 종일 농부가 일하는 들판을 지나 하염없이 산책을 하고 나면 시냇물이 흐르는 방앗간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돌아오면 우편함을 열어 지역 신문을 읽는다. 그의 또 하나의 일과는 활쏘기 연습이다. 활쏘기를 통해 그는 명상을 한다. 그리고 또 다시 또 다른 세상과 연결해 주는 기이한 물건을 켜는 순간 세상과 인터뷰 일정, 뉴스거리, 급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게 그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세상에 공존한다.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는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순간이 아주 행복하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의 삶에서 여유와 향기가 느껴졌다. 너무도 부러워 그의 일상을 읽고 또 읽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부와 여유겠지만 그에게서 느낀 여유로움이란 마음의 자유였다. 메이지 않은 생각과 마음. 작은 곳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작가의 정신.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일상. 경청할 줄 아는 귀. 자기만의 고집과 선. 파울로 코엘료만이 가질 수 있는 색깔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의 산문집에서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를 몇 가지 해보자면, 그 중에서도 연필 같은 사람이 되라는 할머니의 충고이다. 할머니는 손자가 연필 같은 사람이 되길 원하셨다. 왜 하필 연필 같은 사람일까? 그것은 연필만의 다섯 가지 특징때문이었다. 첫번째 특징은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 부르며 언제나 신은 당신 뜻대로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가끔은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지만 당장은 아파도 심을 깎아야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도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야지 만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세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 준다. 네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다. 그러니 늘 우리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섯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작지만 소중한 교훈은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진국이었다. 

아랍어에 이런 경구가 있다고 한다. '바보에게 천 가지 지혜를 가르쳐준들 그가 원하는 것은 정작 네 것뿐이라니' 사람은 제 각기 나름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살면서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제 할 일은 제체둔 채, 남의 정원에 언제 씨를 뿌려야 하는지, 언제 생각의 비료를 줘야 하는지, 언제 성취의 물을 부어야 하는지 충고하는 데 열을 올린다. 또 반대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내가 원하는 정원이 아닌 남이 보기에 좋은 정원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많은 사람에게 충고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유독 한 친구에게만큼은 나도 모르게 충고를 하게 된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걱정이 되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한다. 남의 정원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바보는, 제 뜰의 꽃과 나무는 안중에도 없다고 하더니 딱 내가 그 짝인 것 같다. 우리는 각자 내면에 온 우주를 품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그릇이 크든지 작든지 나름의 우주를 품고 있다. 그러니 남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충고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 담긴 우주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우울함의 연속. 빗물이 내 안을 흠뻑 적시다 결국 토하고 말았다. 물이 넘치다 넘쳐 결국 숨기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고 만것이다. 그 빗물의 피해자는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였다. 작은 일에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신랑이 나를 안타까워 할 정도로 우울함의 연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을 만났다. 다시 음악을 듣게 되었고 다시 책에 손에 잡히게 되었다. 여유롭게 차가 마시고 싶어 졌고 삶을 뒤돌아 보게 되었다. 천사가 마누엘에게 한 질문처럼 '자네는 인생에서 무엇을 일구었나? 꿈꾸던 인생을 살았나?' 분명 마누엘 자신이 느낄 정도로 바쁜 삶을 살았다. 성공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고 가정을 위해 그 누구보다 성실한 가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꿈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달려온 마지막은 허무 뿐이었다.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난 과연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낙관주의자도 염세주의자도 결국 죽지만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천지차이라고 했다. 삶은 죽음이 끝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랑하고 내일을 바라보자! 저자는 책에서 여러번 죽음에 대해 논하고 있다. 죽음이란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상대가 아니라 누구나의 숙명이다. 죽음과 마주볼 수 있을때 우리는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고 당당해 질 수 있다고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제목만큼이나 삶의 여유를 되찾아 준 산문집이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현자에게 욕을하고 험담을 하고 모욕을 퍼붓는데도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축복하였다. 돌부처라해도 자신을 모욕하면 참을 수 없는 법인데 그는 마치 속이 없는 사람마냥 허허 거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남자에게 현자는 이와같이 말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만 줄 수 있는 법이지요." 이 말이 무척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마녀 할망구처럼 심술장이가 되어 살았던 한 달이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흐르는 강물처럼'이 될때까지 이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