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고 변하기 쉬우며 불안정하고 미묘한 사람 사이의 감정 (작품해설 155쪽)

 

 

사랑은 어떤 모습이던가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참하기도 하고

 

안나 카레니나는 '사람의 다양한 얼굴만큼 사랑의 모습도 다양하다'라고 했던가

 

누군가에겐 행복으로

누군가에겐 슬픔으로

 

왜 한결같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 기원은 '유한성'이지 않을까 싶다

 

끝난 줄 알았는데 지속되고

지속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끝나있는.

우리의 감정은

나 혼자의 지속성이 아닌 우리의 유한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한강, 채식주의자 12쪽)

 

'유한성' 만큼 무서운 것이 '정도'이지 않을까

'정도'는 때론 '열정'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열정'은 '유한성'과 만나 큰 파괴력을 갖는다.

 

그 파괴력은 '확신'이라는 잘못된 자신의 믿음 때문에 유보되기도 하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지 못하니까

 

견디기 힘들면 뛰쳐나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왜 사랑은 처음부터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는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사랑은

혼자가 아닌 둘, 지속되리라는 믿음에 반하는 유한성, 영원할거라는 무모한 확신

결정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되고 분석되지 않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덧없고 변하기 쉬우며 불안정하고 미묘한 사람 사이의 감정.

그래서 시몽은 폴에게 물었나보다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브람스를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사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