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할 수 없는 그녀의 고통(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4월 초. 우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었다. 그 책을 통해 여성들이 어떤 차별의 역사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됐다. 여성의 사유재산이나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 역사가 짧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그 책에서 다뤘던  1910년대의 문제들이 아직도 여전한 걸 보면 여성으로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식지에서 이 책을 만났다. 현대판 자기만의 방 같았다. 그래서 구해 읽어보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남성이기에 여성들의 입장을 100%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름 이해하고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 일상이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차별일 수 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이 책은 김지영이란 여성이 아기를 키워오다 정신적인 이상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김지영이 태어나서 자라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기르는 시간동안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김지영 어머니는 머리가 좋았음에도 오빠들을 공부를 시키기 위해 돈을 벌고 꿈을 포기한다. 두 딸을 낳고 셋째도 딸이자 낙태를 선택하고 그 후 아들을 낳는다. 이런 남아 선호 성향 때문에 한국의 출생 성비는 심하게 불균형이다. 여성에게 추천하는 직업군이 따로 있고, 주민번호는 남자가 1로 시작하며, 똑똑해도 취업에선 남성이 유리하다. 아직도 택시나 상점은 첫 손님으로 여자를 꺼려한다. 남성의 평균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의 평균 임금은 OECD 평균은 84만 4000원. 한국 여성 임금 평균은 63만 3000원. 아기를 가졌을 때 여성이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 이 책은 여성 차별의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요즘 사회는 정말 양극화가 심각하다. 양성평등을 사회 각계 각층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차별은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남성 역차별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몰이해다.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남성이고 개인으로서 이 거대한 세상의 흐름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할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사회적 인식의 지배를 받다 나도 모르게 던진 말 한마디로 그녀들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히 그녀들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한 것 같다. 개인 한 명 한 명이 더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 간극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아는 것. 그것을 나부터 실천하면 된다.

82년생김지영, 조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