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성석제는 이야기꾼이다. 몇 작품을 읽어봤지만 그의 작품에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떨 때는 유식하게, 어떨 때는 구수하게, 어떨 때는 날카롭게 이야기가 쏟아진다.

 '투명인간' 2년 전 독토에서 다뤘던 책이다. 그 때 바빠서 읽지 못해서 책꽂이에 방치 되어 있었는데(읽다 만 책들은 왜 손이 잘 가지 않는지...) 명견만리 베이비 부머에 대한 쳅터 참고 도서에 이 책이 있길래 다시 꺼내 읽게 됐다.

 주인공은 만수다. 얼굴도 길고 팔도 허약하게 길고 지능도 똑똑한 남매들에 비해 떨어지고. 하지만 성실하다.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황만근 같다. 이 작품에서 후반엔 바보 멍충이 황만근이 유식하고 현명해 보였는데 '투명인간'에서 만수는 정말 읽으면 읽을 수록 답답하다. 고난은 끊임 없이 들이 닥치고 그 고난과 역경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애정으로 혼자 감내한다. 이겨 내고 또 극복하고 또 살아낸다. 처음과 중반까지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나도 지치더라. 그만 하면 되지 않았어? 좀 쉬고 행복해지면 안 될까?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 부머 세대. 인구폭발, 2부제 수업을 해야할만큼 전쟁 후 아이들이 쏟아지고, 6남매가 공부 잘하는 큰 형을 위해 여형제들이 희생하고, 70년대 산업 역군이란 미명하에 행해졌던 노동착취, 독재 정권에 대한 학생 운동...그들에 대한 탄압 등등...1970-80년 시대가 이야기 속에 끊임 없이 녹아 있다. 정말 힘들었던 시대다. 아니 한 번도 쉬웠던 세대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다가 잠깐 정신을 놓으면 누가 말하고 있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수시로 서술자가 바뀐다. 잠깐 등장하기도 하고,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 다양한 인물들이 바라다보는 만수는 정겨우면서도 미련하고 답답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이제 그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지 말고 떳떳하게,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쉬운 사회를 말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가끔은 포기해도 되는 사회로 말이다.

투명인간, 성석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