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어떤 때는 편집증적인 집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있다. 이젠 나에게 쓸모가 없는 물건 일지라도 함부로 쉽게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가끔 책상을 정리하거나 나만의 상자를 들쳐볼 때마다 무슨 보물찾기를 하는양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서랍 구석에, 상자 가장 밑바닥에 숨겨져 있는 나만의 보물들을 다시금 보며 그 물건에 얽힌 옛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또한 아직 한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도 수두룩하다. 언젠가는 꼭 쓰리라 다짐하며 차곡차곡 쌓아놓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이젠 유행이 지나버린 물건들.. 어찌보면 처치곤란한 것들이지만 나에겐 모두 소중한 사물들이다. 이런 나의 습관에 상자는 자꾸 쌓여만 가고 나의 생각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연신 혀만 차기 마련이다. 옛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충고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리며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그러나 나는 유독 인정하고픈 나만의 사물들이 지금 나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형제가 사이좋게 작업한 이 책은 우리 곁에 항상 있고 너무 흔해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물들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사진으로 남겼다. 죽어있는 사물들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주며 그 사물에 얽혀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사소한 사물들 속에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저자의 생각을 글과 사진을 통해 같이 느끼며 같이 호흡해 보았다. 소소함에 묻어나는 자연스러움과 따스한 기운을 느낀다. 저자가 전해주는 사물들을 통해 나의 옛 추억들도 되살아난다. 스피드한 세상에 오직 새로운 것에만 집중하는 요즘 세상에 한번쯤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총 60가지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소개한다. 서두에 각 사물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며 사물에 대해 환기를 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아날로그적인 사진으로 출발하는데, 색연필체로 보이는 소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생각도 비슷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가는가보다. 정말 사물들의 이야기가, 저자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였다. 사물들을 통해 사라져가는 나의 이야기에 미소를 띠게 만들었다. 특별히 중요한 것들이나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책을 읽는데 큰 무리가 없다. 또한 저자의 생각을 무작정 강요하지 않고 우리가 사물들을 접했을 때의 기억들을 되살려주고 있기에 읽는 내내 편안했다. 책의 풍부한 여백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주어 마음 속으로 사물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준다. 끝에는 우리가 사물들을 통해 발견하는 것들을 적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배려까지^^..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도 이젠 책꽂이에서 꼽혀 점점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해준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것 같다. 항상 곁에서 바라봐주길 기다리는 나의 소중한 사물들을 이젠 쉽게 지나치지 않으리라. 우리의 인간사에서도 역시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의 미소를 되찾아 주리라. 이렇게 이 예쁘고 작은 사진첩 하나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

사소한발견, 사물, 사진, 장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