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 Part1에서 바보화가 몽우를 먼저 만났다. 이중섭의 그림만 보면 가슴이 뛰는 몽우 김영진, 그는 이중섭의 그림을 복원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 작업을 통해 이중섭이 사용한 미술기법들과 양식들을 알게 되었다. 몽우는 이중섭만 보면 미치게 되었고, 드디어 이중섭을 훔쳤다! 그는 이중섭과 그의 작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자다. 사실, 나는 몽우를 잘 몰랐다. 이 책을 낸 출판사 ‘미다스북스’에서 <책에 미친 바보>라고 조선시대의 학자 이덕무의 산문집을 내면서, 몽우의 그림을 삽화로 실었다. 그 책을 통해 몽우의 그림들을 처음 접했고 그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찍어 놓았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책 <이중섭을 훔치다>에서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칼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몽우의 삶도 알게 되었다. 몽우는 이중섭을 닮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자신의 삶과 닮은 점이 너무 많아 좋아했고, 더 닮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몽우 김영진과 이중섭은 각각 모성애와 부성애의 결핍 속에서 살았고, 엄청난 삶의 부침과 굴곡을 경험해야 했다.

 

Part2와 3에서 나는 몽우가 그림으로 만난 이중섭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오래 전에 제주도 여행 중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갔었다. 이중섭 하면 소가 아니었던가! 입구에 이중섭의 <붉은 소>가 큰 그림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작품들을 둘러보고, 기념품 코너에서 복사본(가족과 함께 뒹구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바닷가에서 게들과 노는 아이들을 그린 그림)을 액자와 함께 사서 아들과 딸 방에 각각 걸어 놓았다. 그 때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저자는 이중섭의 그림은 크게 소 그림과 군동화, 엽서화와 편지화로 나눌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소 그림과 다른 그림은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 마치 다른 화가가 그린 것처럼. 몽우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그림에는 이중섭의 외면과 내면의 모습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소 그림은 이중섭의 내면을 나타내는 것이고, 군동화는 이중섭의 실제 성격과 자녀를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담고 있다.”(p. 198). 설명을 듣고 나니, 이중섭의 작품을 통해 천재화가 이중섭을 느낄 수 있었다. 몽우는 힘주어 말한다. “이중섭은 미쳐서 죽은 것이 아니라 극심한 간염과 간경화로 보이는 증세로 사망했다.”(p. 80). 그는 그의 이름 중섭(仲燮)처럼 그림으로 불꽃같이 살았다. 소를 통해 존엄성을 가진 자신과 나라를 표현하고자 했고, 닭으로 민족과 겨레를 그렸다. 그의 작품들에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사상이 있어 따뜻함과 밝은 행복이 느껴진다. 그렇다. 그는 외적인 조건으로 보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의 천재화가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 언제나 행복했고 언제나 희망이 넘쳤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몽우의 작품들과 함께 이전에 많이 접했던 이중섭의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PC에 이중섭의 작품들을 하나, 둘씩 담아본다. 요즘 그의 작품에 위작 시비가 있어 안타깝다. 다 돈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이중섭 작가가 지금의 현실을 본다면 무엇이라 말할까? “내 그림은 다 가짜다. 몽땅 불살라버리겠다”라고 할 것 같다. 어쨌거나 다시 제주도에 가서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집 문턱에 앉아 보고 싶다. 그의 소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 그의 작품의 복사본이라도 사와 내 사무실에 걸어 놓고 싶다. 물론 몽우의 작품도 옆에 나란히 걸어놓으면 좋을 것이다. 나는 어느새 몽우처럼 이중섭에 미쳐, 마음으로 “아, 이중섭”이라고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