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중국인의 실체, 제목이 자못 도발적이다. 책 한권으로 어떻게 한 민족의 민족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를 또 놀라게 한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인이 자기 민족의 치부까지 들쳐낸다는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이 이규태씨의 칼럼이었다.  20여년간 조선일보의 칼럼을 통해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비롯하여 전통 문화에 대해서 집필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꽤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규태씨는 당시의 칼럼을 통해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인의 특징과 뿌리깊은 의식구조를 잘 파헤쳐서 인기가 높았다(물론 비판의 여지는 있었다). 이 책도 비슷한 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으로서, 하지만 외국(일본)에 살면서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중국민족의 특징을 기술하고 있다. 55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하나의 주제를 칼럼 형식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짧게 쓰여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내용은 그렇게 무겁거나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부에는 주로 부정적인 모습 혹은 고쳐야할 부분들에 대해서 많이 다루고 있어서, 상당히 비판의식을 가지고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물에는 언제나 밝은 면이 있고 어두운 면이 있으며, 같은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자는 중국을 무조건 좋은 쪽으로만 바라보려고 하지 않고 가능한한 객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 굳어진 문화이기 때문에, 악습이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변명할 수 있는데, 굳이 변명하지 않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하는 부분은 참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활동무대가 주로 일본이다 보니깐, 아무래도 일본과 중국을 비교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일본에서 20년동안 살았으면 웬만큼 일본물이 들었을 법도 한데도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질감 혹은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어떤 부분에서는 좀 적개심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 타국 생활을 하게 되면 아무리 오래살아도, 타 문화권에 흡수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가보다.
 저자가 중국인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들고 있는 여러 사례들 중에는 ‘음 그렇구나’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저것은 개인차이지 민족성과 관련이 있을까 하는 그런 부분들도 있다. 좀 재미있는 부분은 어 우리나라도 비슷한데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아니면 산업화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공통적인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시종일관 저자는 중국인의 특성을 기마민족의 특징에서 찾고 있다. 우리민족도 기마민족이라고 하지 않는가? 중국인은 기마민족이라서 의자 침대 등을 사용하고 일본은 정착해서 안주하기에 다다미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우리민족도 기마민족인데, 딱딱한 온돌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별로 신빙성있는 설명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책을 보면서 중국인의 특성을 대체로 알 수는 있었지만, 역시 한권으로 중국인의 특징을 아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나름대로 주제별로 묶어서 설명을 시도하고 있지만, 칼럼형식의 한계상 어떤 일관된 흐름과 전체를 묶어나가는 근본적인 특징들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책을 읽고 느낀 독자의 몫일수도 있지만, 과연 중국인은 이러하다라고 꼬집어 말하기란 그리 쉬울 것 같지 않다
 한가지 정말 궁금한 것은, 일본인 독자와 중국인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인 독자의 반응이 궁금한 것은 일본과 비교할 때는 주로 일본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며(앞서 이야기했지만, 20년동안 살면서 일본을 이렇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나? 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인 독자의 반응이 궁금한 것은, 저자의 설명에 중국인이 쉽게 수긍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인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인이 이런 모습이 있구나라는 보편적인 상식을 얻기에는 꽤나 괜찮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중국인은 이렇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저마다 다르듯이 중국인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