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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 랜섬 릭스

나는 더 이상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아마 할아버지도 내심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그렇게 끝났다. 나도 더 이상은 캐묻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자기만의 비밀을 가질 권리가 있었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치러야 했던 대가도 알지 못한 채 할아버지의 삶을 질투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무런 대가도 치를 필요없는, 지극히 안전하고 특별할 것 없는 내 삶에 감사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 뒤,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아주 놀랍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 삶에는 오직 '그날이전'과 '그날 이후'만 있을 뿐이다.

-P.23-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한 이야기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모험'을 꿈꿔봤을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간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마음에 불을 집히곤 했는데요. 그때의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있어서인지 20살이 넘은 지금에도 모험과 신비한 이야기를 보며 신나하곤 한답니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이 책은 모험이야기 입니다. 해리포터 같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데, 엑스맨과 같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죠. 얼핏 보기엔 이것저것 흥행한 판타지물들을 섞어놓은 조잡한 이야기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은 무척이나 독특할뿐 아니라 상징적이기까지 합니다. 작가가 찾은 스냅사진속 인물들은 작품속에서 주인공으로 재탄생했고, 그 주인공들은 나름의 능력을 부여받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할아버지는 그 집에 대해 백 번도 더 이야기했다. 이야기 속에서 그 집은 항상 화사하고 행복이 넘치는 곳이었다. 굉장히 크고 어수선하긴 해도 햇살과 웃음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 나타난 집은 괴물들의 인신처라기보다는 괴물 그 자체였다. 굶주림으로 횃대에 앉아 나를 노려보는 괴물. 나무들이 부러진 창문 밖으로 뻗어 나왔고 까칠까칠한 담쟁이덩굴이 마치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처럼 벽을 집어삼켰다. 마지 자연이 벽에 선전포고를 한 형상이랄까. 무너진 지붕 사이로 하늘이 이빨처럼 드러나고 각도가 이상하게 기울었어도 너무나 견고하게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 그 집을 죽인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P.102-

기괴하고 매혹적인 흑백사진. 그것이 진실이라면 ?

주인공인 16세 소년 제이콥은 평범한 소년입니다. 그에게는 어린시절부터 동경하던 괴짜 할아버지가 있는데요. 할어버지는 제이콥이 어린 시절부터 괴력소년과, 공중부양 소녀, 투명인간 등 이상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과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얘기해주곤 했습니다. 제이콥은 그런 모험을 한 할아버지가 멋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주위 친구들의 넌 아직도 그런 동화같은 이야기를 믿냐는 비아냥속에 할아버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자리에서 괴물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그동안 자신이 믿지않았던 모든 사실들이 진실이였음을 알게됩니다.

작품은 할아버지의 의문사를 둘러싼 미스터리,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의 스릴, 기이한 괴물과 쫓고 쫓기는 공포, 특이하면서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인물들, 할아버지의 과거와 정체에 숨은 신비롭고 동화 같은 진실, 소년의 성장과 첫사랑 등 어드벤쳐 소설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고 갖추고 있는데요. 여기에 작가가 직접 찾아 실은 스냅사진들은 이야기에 현실성을 더해줍니다.

"아마 널 보호하고 싶었을거야. 이상한 사람들은 시련과 상실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최악의 시대에 유대인으로 태어난 에이브는 두 배로 힘들었겠지. 에이브는 두 번의 학살을 겪었어.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괴물들의 이상한 아이들 학살. 유대인과 이상한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는 동안 자신은 숨어서 지낸다는 사실을 괴로워했어."

-P.304-

독특한 주인공들과, 상징성

책속의 괴물들은 세계 역사에 있어 나치를 닮아 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박해하고 수용소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했던것처럼 책속의 괴물들은 이상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죽이려 합니다. 때문에 이상한 아이들은 바깥세상을 마음껏 나다닐수 없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판타지 소설속 이야기만은 아닐것 입니다.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에서 인권의 이야기까지 하기엔 어쩌면 지나치게 거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작가는 모든 연령이 읽을수 있는 이야기 속에 이런 과거를 암시하는듯한 표현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간만에 읽은 무척이나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으며 2편이 기대되는 이야기였거든요. 후속 작품을 찾아 구글까지 검색을 해봤는데 아직 계획이 없는건지 제가 찾지 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는분은 좀 알려주세요 :)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한 이야기<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