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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수 없다면 / 이하람

그런데 인도에서 만난 우리는 그저 똑같이 젊음을 떠돌고 방황하는 쓸쓸한 영혼들이었다. 물론 그의 젊음이 아주 많이 더 파릇파릇 하긴 해도, 우린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내년에 대학에입학한다는 도모키는 인도가 생애 첫 여행이라고 했다. 왜 인도냐고 물으니 인도 여행을 마치면 뭐든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의 차림이 말해주듯 열아홉 소년에게 인도는 거칠고 힘든 서바이벌일 테지. 아마 스무 살이 바라보는 인도는 서른 살이 바라보는 내 것과 많이 다를 것이다. 스무 살의 기억에 '인도'가 있다는 건 참 근사한 일 같았다.

-P.28-

나를 위로하기 위해 떠난 인도여행기

최근 접한 인도 시리즈의 마지막 리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읽은지는 좀 오래 되었는데 이런저런 사정들 때문에 조금 많이 늦어져 버렸네요. <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수 없다면> 이 책은 작가가 20대의 마지막을 보낸 인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안정이 되있을것이라 생각하는 30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걸 손에 넣은 운좋은 이도 있을수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대와 다를바 없는 30대를 맞이합니다. 작가는 후자쪽에 가까웠나 봅니다. 안정된 삶이라 자위하지만 불안정할수밖에 없는 삶속에서 그녀는 인도로 떠납니다.

저에게 있어 첫 인도는 2006년 겨울 18살때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빴을 그 시기에 저는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남들 다 겪은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쌍한것 같고, 나 혼자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진듯 아파했었습니다. 그때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인도에 가게 되었고 내가 짊어졌던 많은 것 들을 내려놓고 성숙해 돌아왔습니다. 윤회 사상을 믿으며 같은 일만을 쉼 없이 반복하는 불가족천민들, 외국인들만 보면 박시시를 외치는 거지들과 사기꾼들. 수많은 인간군상이 뒤섞여 아수라장처럼 보이는 현실속에서 내가 안고있는 짐들은 참으로 보잘것없이 느껴졌습니다. 보름 남짓의 시간동안 저는 참으로 많은것을 경험했고 많은것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은것 만큼의 많은것을 얻었습니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 적이있는가.

실패에 좌절하고 몇 날 며칠을서럽게 울어본 적 있는가.

사랑에 절망하고, 사랑에 절실해 본 적이 있는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

그것은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비명이다.

더 아파하고 더 슬퍼하기.

우리는 그만큼 단단해지고 평온해질 것이다.

-P.37-

서른살의 나를 위로하는 방법

여행은 많은 상처를 치유해주지만, 이 치유는 무진장 아픈 고통을 동반합니다. 성인이 되어갈때의 성장통이 눈물나게 아팠듯이 말이죠. 하지만 그 고통 뒤에는 든든한 굳은살이 박혀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쉬이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인도에서 경험했던 작가의 짧은 사랑, 민박집 주인의 차별대우 등 타지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들이 당시에는 아프겠지만, 언젠가는 다른 상처에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는 약이 될 것입니다. 그런 그녀는 30이란 숫자가 모든걸 포기해야 하는 나이가 아닌 모든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음, 남자 서른은 말이야. 자기 위치에 따라 느끼는 것도 달라. 20대때 얼마나 이뤄놨느냐에 따라서 희망적일 수도, 절망적일 수도 있지. 남자는 서른 살 때 자기 위치를 확인하게 되거든. 내가 얼마만큼 잘난 인간인지를."

남자 나이 서른도 우리들처럼 충분히 복잡해보였다. 친구는 자신은 아주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다시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구나. 네 나이 서른은 그렇게 다가왔구나. 그런데 너 그거 알아? 여자 서른은 아무리 잘나도, 충분히 이루었다고 생각해도 한번쯤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기분이 들어."

-P.116-

서른살의 나는.. ?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나 역시 30살을 바라나시의 화장터에서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중간점검 할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죠. 20대의 청춘은 무척이나 위태롭습니다. 어떤길이 옳은길인지 판단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객관적으로 나를 관망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30살이 된 그때도 아마 전 많이 방황하고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좀 더 그 생채기를 이겨낼 수 있을만큼 강해져서 돌아올수 있을것이란 점이겠죠. 인도는 모든걸 내려놓고 또 다른 짐을 나에게 올려주는 나라니까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떠난 인도여행기 <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수 없다면>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