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 독살사건 / 이수광

 

"어쨌든 은채나 넣어봐요."

이요환이 오강우에게 말했다. 오강우가 품속에서 은채를 꺼내 소현세자의 입속에 넣었다가 꺼냈다. 그러자 은채가 까맣게 변했다.

"독이다." 세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때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재빨리 관을 닫고 지붕위로 날아올랐다.

'이모부를 죽은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이진은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떴다.

 

-P.79-

역사상 가장 무능한 임금 '인조'

 

즉위 26년동안 피란만 3번을 가고, 간신들에게 휘둘려 아들, 손자, 며느리를 다 죽인 역사상 가장 무능하고 멍청했던 임금 '인조'. 역사를 배우다 보면 정말 짜증이 솟구칠때가 종종 있습니다. '선조'에 대해 공부할때 그러했고, '인조'를 배울때 그 짜증이 극에 달했습니다. 실용적이지 못한 명분만을 앞세운 고루한 임금은 강박증까지 있었나 봅니다. 청에 인질로 잡혀갔다온 아들 소현세자가 '북학'을 주장하자 벼루로 내려치고, 그가 왕위에 오르면 나라가 붕괴될거란 소리까지 합니다. 얼마뒤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데요 <인조실록>에 따르면 세자의 구혈에서 모두 피가 나왔으며 피 또한 검붉은 색이라 적혀있습니다. 후세의 사람들은 아마 왕권에 대한 집착을 가진 인조가 세자를 독살한것이 아니였을까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뭐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작가는 이런 역사의 큼지막한 사건속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무협+역사+미스터리 장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요 그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조정에는 삼전도의 치욕을 씻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청 세력이 많았다. 그러나 소현세자는 친청 세력이었다. 인질로 가기 전에는 소현세자도 반청 세력이었으나 심양에 가서 8년 동안 인질 생활을 하면서 청나라의 강대한 모습을 보고는 조선의 형편상 청나라와 전쟁을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니 청나라와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조정과 대립을 하고 급기야 인조로부터 의심을 받았다. 청나라에서도 소현세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P.122-

조선의 두 여검객 이야기

 

사실 책은 소현세자의 독살사건이락기 보다는 여검객 '이진'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중심인물인 두 여 검객, 이진과 이요환이 서로 다른 사랑과 복수를 위해 벌이는 현란한 무예 장면이 독자들을 압도합니다. 작가의 비상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두 검녀는 권력 때문에 아들과 손자를 죽이는 비정한 국왕 인조, 남편과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세자빈 강씨, 권력의 화신 조소용과 김자점 등 실존 인물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소설을 더욱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장식하며 책은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갑니다.

 

하.지.만 무협+역사+미스터리를 짬뽕시켜놓은 책은 뭐랄까요 소설은 몰입감을 떨어뜨렸습니다. 갑자기 지붕을 날라다니며 검술을 하고, 동굴에서 스승에게 환약을 받아먹고 무술고수가 되는 장면은 내가 역사 소설을 보고 있는건가. 무협지를 읽고 있는건가 혼란스럽게 만들더군요. 차라리 무협이면 무협, 미스터리면 미스터리, 역사면 역사 분명하게 경계선을 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면 뭔가 몰입도가 뛰어났을텐데. 암만 노력해도 주인공 이진의 모습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진이 한양으로 돌아온 것은 다시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그녀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빨랐다. 기를 운용하여 검을 휘두르자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산악과 같은 검기가 일어났다.

'내가 드디어 상승무학을 익혔구나.'

이진은 감격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P.178-

역사소설은 어렵구나.. 그렇구나...

 

역사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제한도 어려움도 많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살아보지도 않은 과거의 일들을 기록에 의존해서 재현해 내다보니 의도치 않게 뻥이 과다하게 들어갈수도 있고, 옥의 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무협으로 넘어가는거... 이건 의도는 알겠지만 제목에 기대를 안고 있었던 독자로서는 배신감이 들정도로 뜬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김종서는 누가 죽였을까>와 맥락을 같이하는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