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예전부터 많이 보아왔지만 이 때까지 왜 읽지 않고 있었던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평이 극과 극이였다. 뛰어난 상상력에 놀랐고, 재미있었다는 쪽과 별로였다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이다, 작가의 명성이 반을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등등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나는 전자 쪽이기도 하고 후자 쪽이기도 하다. 이름은 익히 들어왔으나 베르나르의 대표적인 작품중의 하나인 「개미」와 「나무」도 읽어보지 않았기에 전작과 비교했을 때의 실망감 같은 것은 느낄 수 없겠지만 장대하게 시작해서 미미하게 끝난 점에서 약간 실망을 한 건 사실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뻔히 보였다는 성경의 재해석이 나는 후반부에 가서야 눈치를 챘다. 별명에서도 보이듯이 둔하고 뒷북을 좀 치는 경향이 있나보다. 결말쯤 다다러서야 그제서야 이 책이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내용이라는 걸 알아채렸다. 엘리자베트가 뱀에게 물려서 죽은걸 봤을 때서야 눈치를 챘고,아드리앵이 갈비뼈로 에야를 만들었을 때에는 이 책이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가를 그제서야 명확히 깨달았다.

 파피용을 읽으면서 내가 놀랐던 것은, 작가의 남다른 스케일이 돋보이는 상상력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는 몰라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상상력이라는 거대한 댐을 막아놓은 듯한 느낌, 계속 물 밀듯 생기는 상상력에 이제 더이상 댐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무너저 버린 댐 처럼 그 댐의 상상력이 흘러 넘쳐 나오는 느낌이랄까(너무 거대하게 표현했나^^?)

일단, 재미있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고 상상하면 물론 나 역시도! 상상 할 수 있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찾아서 그 곳에 거주하는 것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을 이렇게 매혹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러한 점에서 나는 파피용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난 베르나르의 작품은 이 파피용이 처음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베르나르의 다른 작품도 신경이 쓰인다.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엔 또 어떤 엄청 난 것이 담겨져 있을까? 거의 누구나 알고 있는 베르나르의 개미와 나무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것 같은 신 시리즈들도 읽어봐야겠다. 그런데 시간에 치여서 언제 읽어 볼지 모르겠다. 늘 시간이 없다없다 하는 건 사실 핑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