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정답은 없다. 일을 저질러놓고 후회하기도 하고 하지 않고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기도 한다. 최선의 방법이라면 과거에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삶에서 무한한 경험을 다해보며 살 수는 없다. 그러기에 문학작품이 필요할 것일 게다. 작품 속의 인물들의 삶을 보며 그 인물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통해 또 하나의 선택지를 얻게 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로 유명한 햄릿을 보며 이 대사를 읊을 때 햄릿의 심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유령을 통해 숙부인 클로디어스가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듣고, 숙부에게 복수할 다짐을 하지만, 햄릿은 마음과는 달리 실행에 옮기는 것에 주저한다. 클로디어스가 혼자 기도하고 있을 때,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며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보내버린다.

햄릿이 이 때 결단을 내렸더라면 문제가 더 쉽게 풀리지 않았을까. 물론 왕권을 탐해 숙부를 죽인 패륜아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었으나, 선대왕의 갑작스런 죽음과 햄릿왕자의 국민들에 대한 신임이라면 자신이 클로디어스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놓쳐버림으로써 상황은 더 복잡해져만 갔고 많은 사람들이 비극의 희생양이 되었다. 햄릿 자신은 물론, 폴리비어스와 레티어스, 오필리아, 왕비 등 햄릿 주위의 모든 인물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흔히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한 인물을 가리켜 햄릿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물론 아무 대책없이 돌진하는 돈키호테보다야 나아보이지만 너무 신중해 많은 국민들을 애태우던 안철수의 행보를 볼 때 과연 모든 일에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좋은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생각만 하다 놓쳐버린 수많은 일들, 때로는 생각보다는 행하는 것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햄릿’을 보며 생각했다면, 내가 작품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한 것이겠지? 그래도 셰익스피어의 현란하고 장황한 대사 속에서 이 정도 교훈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