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반어적인 의미인 줄 알았다. 전쟁이 행복할 수는 없기에. 그런데 제목 그대로 행복한 전쟁이었다. 피를 흘리며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없었고, 폭탄이 마을을 파괴하는 끔찍한 일도 없었다. 대신 전쟁터에 나갔던 사람들이 전쟁보다는 평화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과정들이 귀엽고 예쁜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전개된다.

한 번도 전쟁에서 진 적이 없는 큰 나라는 모든 나라를 정복하고, 더 이상 쳐들어갈 나라가 없어서, 너무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나라를 침략했다. 그러나 작은 나라에 간 장군은 깜짝 놀랐다. 작은 나라에는 군대도 없었고, 사람들은 싸우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큰 나라 병사들을 손님처럼 대해 주었다. 사람들은 병사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자신들의 집으로 데리고 가 식구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작은 나라 사람들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병사들은 작은 나라 사람들과 친해져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놀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군은 병사들이 작은 나라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해 병사들을 모두 집으로 보내고 새로운 병사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새로 온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장군은 몇 명의 병사만 남기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장군이 돌아가자 병사들은 군복을 벗고 작은 나라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시작했다. 큰 나라로 돌아간 병사들은 작은 나라에서 먹던 음식을 해 먹고, 작은 나라의 옷을 입고, 작은 나라에서 배워 온 놀이를 했다. 장군은 잠자리에 든 아들에게 자신이 아는 유일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작은 나라 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큰 나라가 쳐들어가면 다른 나라들은 힘이 있든 없든 간에 모두 맞서 싸웠다. 그러나 작은 나라는 애초에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점령하러 온 사람들을 친절히 대해 주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나누었다. 싸울 생각이 없는 사람들 앞에서 세계 최강의 큰 나라 병사들도 무장해제 되었다. 간디의 무저항 비폭력이 폭력을 이겼던 것처럼 작은 나라의 평화를 사랑하는 분위기에 호전적인 큰 나라의 병사들의 마음이 녹은 것이다. 참 흐뭇한 광경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왼뺨을 때리는 사람에게 오른뺨을 내밀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는 것이 인지상정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나를 집어삼키려는 적 앞에서 이들처럼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아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분명 이야기 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상대가 도발했을 때 서로 맞선다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일본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가 그들이 도발할 때마다 전쟁이라는 카드를 내 민다면 우리나라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다. 이웃에 있는 나라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일, 우리의 자존심이 중요하다면 그들의 자존심도 지켜 주는 일,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일, 인터넷 상에서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일을 자제하는 일 등, 작은 것에서부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평화가 우리 곁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은 나라 사람들의 관용과 사랑을 나부터 가지도록 해야겠다. 평소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 실수 했을 때는 우선 용서해 주고 싶어지는 것처럼 우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싸우고 싶지 않은 사람들로 여겨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