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사랑'바람에 요즘 마음이 심난해서 일까? 별을 닦아 준다는 토끼의 이야기도 그렇고, 사랑을 이어 준다는 나무이야기도 그렇고...나는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간절한 사랑, 가슴 애절한 사랑...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러나..사랑이야기에 목마른 나는 한가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세상에 우연한 일이라는 것은 없어.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 만날 만하기 때문에 만난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인연도 그렇고...(중략)...만남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은 뭔가를 배우게 돼.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때, 나중에 후회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냐?"

 

우연한 일이라는 것은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 다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만남 속에 사랑이 싹트게 되고 혹은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어쩌면 사랑나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필연의 존재가 아닐런지 생각한다. 마치 나무의 잎을 보고 가지를 보고 줄기를 보고 뿌리를 보는 것 처럼 사랑나무를 통해 현재를 보고 과거를 보며 우연처럼 다가 왔던 일들을 필연적으로 이끌어 간다.

 

"~우주의 중심에서 보자면 한쪽 끝 변두리에 자리 잡은 너희 지구만 해도 인구가 수십억이지? 그 중에서 단 한사람을 만나다는 건 그야말로 우연을 뛰어넘은 기적인거야"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이라는 말처럼....거듭되는 헤어짐과 만남속에 우리는 서로의 만남을 소중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그 시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시간을 더듬어 올라가는 이야기 속에 하나하나의 흔적이 발견되고 그 흔적 속에서 상처를 받는 이도 있고,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워가는 이도 있다.

 

"~네가 어른이 되어서 누군가와 이런 곳에 오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군가하고는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평생의 인연이 되다는 걸 잊어서는 안돼...기억이라는 건 무슨일이 있어도 지울 수 없는 거라면서."

 

케이와 마리는 한 인간이기 전에 추억과 시간으로 빚어진 형상이다. 사랑이란 씨앗으로 맺게된 하나의 과실이랄까....케이와 마리에게 담긴 시간들은 가지를 타고 줄기를 거슬러 뿌리까지 이르렀을때, 인연이라는 것으로 얽혀있었음을 보여준다.

 

별을 닦아주는 토끼 그리고 사랑나무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우연을 필연으로 이어주는 도구 일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덮을때 즈음이면, 현실에 익숙해지면서 낯익은 한국형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된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바라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 처럼 기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숨쉬고 있는 현재는 '만남을 시발점으로 사랑에 이르기까지'라는 시간시간이 존재했기에 나는 2010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사랑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소설에서  <Que sera sera>가 자주 흘러나오는 이유도 어쩌면,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인생은

물이 흐르듯이 되는 대로 되는 것이기에 현실을 받아들이며 충실해라...

다시말해, 사랑은 현실이며 현실에 충실하고 후회없이 살아라...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닐런지...

 

 

"하지만 별을 닦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반짝이지 않는다면 그것도 너무 슬프잖아"

토끼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니, 슬플 건 없어, 그게 참된 사랑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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