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이라는 이유와 노벨상 수상작이라는 이유가 이 책을 좀더 돋보이게 했고 갖고 싶다는 욕심을 내기에 충분한 작용을 했다. 그러나 이토록 오랜 시간 독서에 시간을 들여야했던 것은 아마도 전체 분량이 400쪽을 넘어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독서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다른 나라 작품을 읽을 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개인적인 독서한계 때문에 무척이나 긴 시간 씨름을 하면서 이 책을 이해하려고 책에 대한 소개를 다시 찾고 다시 찾으며 나 스스로를 이해시켜줘야 했었다. 그렇게 읽어가면서 늘 그렇듯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책의 가닥을 잡고 작가가 말해주고자 하는 이야기들 보다는 그저 내 자신이 발견하거나 아니 음미했던 것들의 실오라기들을 뽑아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라는 제목 때문에 각 단편을 이 틀안에서 읽어내려는 또 하나의 제동 장치가 발동하여 애를 써야만 했다. 모두 아홉편의 단편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 다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엔 여자가 등장한다. 마흔 넘게 여자로 살아오면서 일반적인 기준에 의해 남자, 여자에 대한 평가를 할때 솔직히 여자의 사랑에 좀더 후한 아니 의심할 바 없는 점수를 주었던가? 여기 등장하는 여인들의 삶은 그리 특출날 것도 없는 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만날 수 있는...   그러나 그녀들의 삶에 있어서의 사랑이란 뭘까? 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남겨주지 않았나 싶다. 여전히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에 가졌던 사랑에 대한 뭐랄까 환상을 가지고 살고 있는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녀들의 사랑은 너무도 흔들리기 쉬운 것이었으며 너무도 쉽게 운명이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해준다.   어린 소녀들의 장난에 의해 보내진 편지 한 통으로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에 등장하는 조해너.   <곰이 산을 넘어오다> 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부인을 병원에 보낸 남편. 오십년이나 살아왔던 부인이 병원에서 어린 시절 함께 자란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 둘이 그곳에서 남편이 느끼기에 부부와도 같은 감정이나 일상을 공유한다.   <기억>은 남편 친구가 사고로 죽은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그곳에서 만난 한 의사와 갑자기 일어난 둘만의 시간을 기억속에 저장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는 이야기   운명이란 뭘까? 사람들은 운명이라 여기며 결혼을 감행한다. 하지만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에 맞먹는 아니 그 보다 더한 마음에 파동을 남기는 운명과도 같은 일들을 만나며 흔들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른 것이리라. 그것을 나의 또다른 운명이라 여기거나 아니면 처음 것은 잘못된 선택이나 판단이었다는 해석을 내리며 ..   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매 순간 찾아오는 여러가지 일들 앞에 모두 운명이라 이름붙여진다면 사랑이란 무엇이며 결혼에 대한 의미는 무엇일까? <어머니의 가구>에서 아버지와 친척 앨프리다처럼 새로운 관계가 생기면 이전의 관계들이 소원해지는 것이라면 마음에 남는 생채기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대체로 사랑에 대해 남자들은 육체만 따라가며 기억은 없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고 여자들은 관계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어 육체만이 아니라 감정이 함께 따라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듯 보인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이 작품들에서 또 한번 만나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