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화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 푸른숲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거라는 것을 안 셈이지요. 제가 공장에서 번 돈은 땀으로 번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이 피 흘려 번 돈을 함부로 써 버릴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쓰도록 해야지요."

 

분명 책 제목에도 한자로 매혈기라고 쓰여 있었는데 처음 시작하면서의 이 글을 읽으면서도 전혀 이야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허삼관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그의 생명과도 같은 피를 팔게 되면서가 이야기의 시작이라면 그가 육십이라는 나이에 다다르기까지 언제 피를 팔게 되는지의 이야기이다. 삶의 매우 깊은 고뇌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풍자로 엮어냈어서인지, 여건상 간간이 읽어가면서 간혹 눈물이 콧등을 시리게 하기도 했다.

 

 

피를 파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표라는 분위기속에서 자란 허삼관은 어떤 노동으로도 벌 수 없는 35원이라는 큰 돈을 피를 팔고 벌게 된다. 그리고 그의 핏값, 즉 생명은 부인을 얻어 결혼하게 해주고,

세 아들을 낳았으며,

가족들의 위기에서 건져주는 매우 귀한 역활을 해주고 있었다.

 

피를 판다는 것 자체가 내가 나고자란 문화에서는 그리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낯설고, 거부감이 들었으나 이야기가 전개되어가면서.. 마지막 역자의 이야기에서 역자도 밝힌 바 있듯이 이 이야기는 한 사람 즉 허삼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며 너의 이야기라는 말처럼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몸에서 면면히 흐르는 한줄기 피처럼 가족을 애잔하게 생각하게하는  그 마음이 실은 나의 부모님께도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그러기에 나도 오늘의 나의 자녀들에게 그 애잔함을 전해주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김의담은 <빨간 아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참다운 가정일 경우 어머니란 우리들 삶의 역사고, 아버지란 우리들 정신의 역사이다(p.230) 라고 하였고, 이주은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에서 부모는 마치 오래된 거울과 같아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것이라 표현했듯이 거부하기 보다는 자세히 들여다보며 찾아내야할 귀중한 가치와 읽어내지 못한 한줄기 흐르는 그 따뜻함을 읽어내게 해준다. 마침 어버이날이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