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 입니다]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기대감에 책을 열고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가족들 아무도 호응을 해주지 않아 혼자 본 드라마 <오월의 청춘> 마지막 회차의 장면에서 먹먹함이 오래 남아있었는데 딱 그 장면과 마딱트리는 느낌을 받아서 놀랬다.

저자인 산만언니의 물음처럼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려했을까?' 생각해 보니, 값싼 동정도 아니고, 불행을 당한 이들을 위로할만한 재량도 갖고 있지 않으며, 그렇다고 아픈 모습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발길을 멈추어 적극 나서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아주 비겁자이면서 그저 이 마음 어쩌지 못하는 타고난 때문은 아닌지.

연도를 짚어보니 1995년이면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던 해, 가을에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 해라 정말이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지는지도 모르게 생계와 학업과 꿈을 동시에 꾸려나가며 너무 힘겹게 살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본다.

조용히 세월호에 관련된 책을 두권이나 읽으며 이게 남의 얘기라고 치부해서는 안되겠구나,

최근에 한강에서 고 손정민군의 사망 사건도 그렇고

비슷한 코드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짚어준 삼풍 백화점 사고와 세월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걸 알았다.



이사이 산만언니가 겪었을 그 날의 사고는 그저 상상만으로도 아니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고통이다. 통증이다. 그러면서 조용한 시대를 살아왔던 나로써는 왜 오월의 청춘 마지막 장면에서 혼자 살아남은 남자 주인공의 손목에 생을 마감하고자 시도했던 흔적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떠올릴 정도의 수준밖에 안되는데, 어쩌면 경험해서도 안되는 고통의 어마무시한 분량을 단한번에 한곳에 쏟아 부은, 그걸 경험한 사람은 온전할 수가 없는거구나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절대 동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렇다고하지만 어떻게 공감은 못하러다도 타인의 삶에 대해 보상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된 풍조일까? 최근의 한강에서 대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신고를 당한 유트버를 향하여 얼마를 벌길래? 라는 말부터 들이대는데, 그 유트버의 말처럼 도대체 돈으로 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 그만큼 돈이 인간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을 그러면서도 인간이라면 누군가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이고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나도 눈물을 훔치는게 인지상정아닌가.

심는 데로 거둔다는 말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를 겪은 것도 믿기지가 않고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인데, 그런 과정들을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어디 마음 둘곳이 없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는 받는다지만 그런걸 알면서도 우리는 또 오늘을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구나 싶다.

사고 이후 온전하지 못한 아픔의 시간을 헤쳐 나와 또 다른 누군가의 아픔을 보듬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힘을 기울일거라는,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임을 깨닫는다는 저자의 맺음이 힘을 내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듯 하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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