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가트맨, 최성애, 조벽 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한국경제신문사

 

 

 

엄마가 된지 올해로 10년. 아니 큰 아이가 뱃속에 있었던 1년까지 합하면 11년이 된다. 첫 아이를 낳고 뭐랄까 망막함이랄까? 당황함이랄까 나의 엄마가 된 첫 소감은 그랬다.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을 하루하루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정일을 열흘이나 지나도 아기는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아 유도분만으로 그리고 결국은 수술로 아이를 낳았고, 백일까지는 제대로 낮과 밤이 바뀌어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매일 이렇게 살아가야하는건가? 두렵기도 했었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자기 주장과 감정이란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신고식으로 만났던 그 어떤 것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뱃속에 있을때가 편하지 라는 말이 그냥 헛말이 아니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난후, 지금까지 그러니까 7년 동안 큰 아이를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사실 이 책이 내 책꽃이에 2년이나 머물렀었고, 상담을 공부했기에 어떻게 마음을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정답으로 공부할 기회는 많았지만 나는 정작 내 삶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있었다. 그걸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정리해 보게 된다.

부모가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을 '나쁜 감정'이라 생각하면서 그런 감정이 생길 때마다 안간힘을 쓰며 부정하고 눌러 왔다면, 아이가 미움의 감정을 표출할 때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었을까요? 입으로는 "그래, 밉고 싫었을 수 있어"라고 말해도 마음으론 '그런 감정을 느끼면 안돼"를 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감정코칭은 실패입니다. p.78

 

내 아이를 만나기 전에 이미 나에게서 끝났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을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초감정'이라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서 아이에게로 반응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감정은 엄마에게서 아이에게로 대물림 된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구나 확인하며 미안함에 몸서리첬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부모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의 '관계' 연구에서 비롯합니다. 이 연구 결과로 나온 모든 방법은 나의 생각이나 종교적인 경험, 철학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여러 가족으로부터 직접 얻은 것입니다. -들어가는 글

 

저자는 오랜 시간을 들여 부부들과 그 자녀들과의 관계를 지켜보며 기록한 결과물을 독자에게 내민다. 그러니까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작 부모 자신이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었던 것. 그러므로 늦은 지름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빨리 부모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와 '어른'의 조화와 균형이 건강한 자아를 만든다.-p.86

엄마의 '어른'이 과도하게 크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딸의 '아이'는 비례적으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p.89

 

청년시절까지 무척이나 재미있어 모임에서 인기가 많았고 한때는 개그우먼이 꿈이었던 내가 아이 둘 낳고 살면서 '아이'는 사라지고 '어른'만 남아 웃음이라곤 사라져 감정을 공감해줄 여백은 내게 남아있지 않았다. 100 쪽에 나와있는 감정일지를 통해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절하여 스스로에게 위로자가 되고,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이 책을 가장 빨리 활용할 수 있는 지름길인듯 싶다.

 

TV에서 유행하였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SOS 를 실청하는 부모님들은 그런면에서 상당히 용감하지 않는가. 혼자서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부모라서 다 가능하지는 않다. 내 아이지만 부모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자녀들에게 최상의 부모가 될 수는 없는 것. 밖에서의 모습과 안에서의 모습이 다르기에 나만 이상하게 느껴진다. 현실을 부인하지 말고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을 점검하는 것도 또 하나의 지름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