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숲 <스무살엔 몰랐던 대한민국> 예옥

 

 

 

'스무살엔 몰랐던 대한민국' 이숲이라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여성 작가의 책 표지를 보면서 끌렸던 이유는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올 봄에 읽었던 아시아 계간 봄호(28호)를 보면서 내가 알려거나 해석해보려하지 않았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정작 서울시민이었던 내가 서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구나라는 연결선상에서 좀더 알고 싶었던 이유와 이 책 제목 옆에 붙은 부제에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꿰뚫어보는 당찬 시선'이라는 문구를 통해서 이것 역시 최근에 읽은 지식의 숲 <에밀리>라는 고종에 관한 소설을 읽어보고 난 뒤라 좀더 우리 이야기를 읽고 싶었던 연결 때문이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6장을 읽기 전까지는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가려는 의도였는지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던게 솔직한 고백이고,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꿰뚫어 보는 당찬 시선'이라는 문구가 더 새롭게 다가왔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책 표지 지나 초록색으로 표기된 이 글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해와 달처럼 맑고 어진 자들을 위해

 

라는 이 글귀는 이 책을, 그리고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이 나라를, 그리고 그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귀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나 아닌 타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었다.

작가는 이국 땅에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힘을 가진 서구가 한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통해 가지게된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자아 정체성의 본 모습을 걸러내어 한국의 '긍정성'을 말해주려 주력했다. 전공도 신념이 아니라 펼쳐질 미래를 꾸려가기에 급급하여 선택하기 마련인데 멀리 이국땅까지 가서 작가의 마음에 일렁였던 고국을 향한 뜨거운 불덩이는 무엇이었을까? 함께 자취를 밟으며 내 속에서도 그가 전달해주고자 하는 불덩이가 옮겨져 오는 것을 경험했으며, 아쉬움에 함께 탄복하기도 했다.

 

p.241  1892년 영국의 정치가 조지 커즌은 한국에 와서 고종을 알현했다.

p.243  커즌은 한국을 여행하면서 '사람'과 교류한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커즌은 끊임없이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p.218 한국이 바로 그곳이다. 누구도 그곳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은 너무나도 무의미한 나라이다. 그러나 당신은 거기에서 풋풋한 외교를 보게 될 것이다. 장갑도 끼지 않고, 향수도 뿌리지 않고, 미사여구도 없는 곳이 한국이다.

 

자신이 태어난 배경과 습득해온 철학으로 무장되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선한 것이든, 선하지 않은 것이든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다만 그런 다양한 시선들이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많은 몸살을 앓아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때로는 위로가 되었고, 때로는 고난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깨칠 수 있는 촉진제가 되기도 했다.

 

국가는 국민을 겸손하게 키우기도 하고 교만하게 키우기도 한다. 또한 국민을 떳떳하게 키우기도 하고 허위허식을 채워 비겁하게 키우기도 한다.  p.322

 

철이 풀무를 통과하면서 단련되야만 쓸모 있고 강인한 힘을 갖게 되듯, 대한민국이 바로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외면당하고 내몰아쳐져 일본치하의 식민국민으로 지냈던 세월을 지나면서도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원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저자는 거의 독자들에게 아니 이국땅에서 글을 통해 항거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오천만이 한 명 한 명 소중해졌다."

- 이 책을 먼저 읽고 글을 보내주었다는 한 독자의 고백

 

 

우리는 누구이고 앞으로 누구일것인가? 묻고 있다. 이 질문을 대한 민국 국민이라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받아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질문을 받았으니 어떤 답변을 제출할 것인가는 대한 민국 국민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