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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만화가이자,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재치를 발휘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잇고 있는 허영만 화백. 그의 새로운 시리즈가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음식의 이야기를 방대하게 풀어냈던 <식객>의 재미에 빠졌던 사람이라면 그가 들려주는 건강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동의보감'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는 유물을 다룬다니 의외인 것 같지만, 그는 어쩌면 동의보감으로 작업을 할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양천 허씨 31대손 허영만 화백은 바로 양천 허씨 20대손인 허준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두 허씨 집안의 자손이 만났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만화의 제목은 '허허'라는 수식어가 붙은 새로운 동의보감이 되었다. 출판사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덧붙여 놓기는 했지만, 이점이 제일 그럴싸한 네이밍의 근거다.

허 화백의 그림과 글의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짐작했겠지만, 동의보감을 재해석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킥킥거리는 웃음이 절로 난다. 유쾌한 코멘트와 익살 넘치는 그림체는 역시 허 화백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총 몇 권의 시리즈로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첫 편은 '죽을래 살래?'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장수와 단명의 차이를 불러오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중점으로 싣고 있는 것이다. 첫 편인 만큼 동의보감과 허준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는 소개와 매주 편집과 감수에 열과 성을 다했다는 한의사 집안의 편집자와 한의원 원장들의 소개도 담고 있다. 직접적으로 이들의 한의원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어 있지만 불쾌한 홍보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을 보면 찾아 가고 싶은데, 마침 적절한 정보를 발견하게 되는 느낌 정도랄까.

동양의 것들이 대개 그렇듯 이 책에서도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몸에 대해 다루면서 몸과 연결되어 있고, 몸을 주관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마음의 이야기를 빼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선인들의 생활의 지혜가 오늘 날 적용된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놀랍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그렇게 해야 건강해 지는 거야' 라고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지침들로 가득하다. 유의해서 먹어야 하는 음식들, 주의해서 피해야 하는 행동들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게다가 무척이나 간단한 것들! 참,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가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전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읽지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아무래도 성인을 위한 실생활의 유용한 내용이다 보니 허 화백의 시원시원한 그림으로 성생활에 대한 내용이 꽤 많이 실려 있으니.

1608년에 선조가 죽고 허준은 파벌싸움 틈에 끼어 의주로 귀양 갔고 1610년 귀양지에서 의학서적을 총 25권으로 마무리했다. 총 14년의 세월이었다. 3년 뒤인 1613년 동의보감은 목활자로 인쇄, 발간되었다. 허준은 1615년에 7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8쪽)

적게 먹고 적게 움직여야 장수한다. (71쪽)

장마철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면 전염병이 돌고 사람의 몸도 염도가 낮아지면 각종 세균이 몸속에 득실거린다. (126쪽)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의사와 약을 돈으로 사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런 일은 나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아가 자연에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1쪽)

적게 먹고 적게 말하고 적게 일하고 적게 듣고 적게 봐라. 많이 먹으면 몸에 독이 쌓인다. 말을 많이 하면 기가 상하고 몸이 피곤하면 이로울 것이 없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