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돈이 생기면 책부터 사고 그 다음 음식과 옷을 샀다는 에라스무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에라스무스처럼 돈이 생기면 책 살 생각에 두근거리는 나와 같은 애서가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두고 책을 읽고 등등 책과 함께하는 모든 공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이 책과 책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책을 예찬하는 많은 유명인사들의 일화도 재미나게 실려 있어서 사진이 더 많은 책임에도 실속있는 독서도 가능하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책을 읽자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받을 만큼 책 읽는 사람이 지금만큼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예전에도 책을 많이 읽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당시에는 책을 읽는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교양 있는 자세로 여겨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 어린 눈에 비친 세상이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날 대한민국은 책을 꽤 사랑하는 것 같다. 전철에서 각자의 책을 읽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베스트셀러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적 대화로 나누기에 별 어려움이 없다. (제목과 저자만 알아도 가능하다!) 대중문화의 힘이 강해지는 동안 책도 하나의 대중적 코드로서의 입지를 넓힌 듯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북카페가 있고 어느 곳이든 멋진 서가는 부러움을 산다.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이어도 주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서가를 부러워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찍어 놓은 아래의 페이지들은 비교적 무척 평범한 서가이고, 이 책에 담긴 책과 집은 아주 독특하고 멋져서 페이지를 넘기기가 어려워지곤 했다. 기상천외한 책장은 물론, 책과 어우러지는 센스 만점의 다른 가구들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새로운 인테리어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언제쯤 이런 서가를 가질 수 있을지 감조차 오지 않지만, 꿈꿔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서가를 들여다보면 주인의 흥미와 성격이 보인다. 그 비슷한 맥락으로, 책이 자신의 일부임을 느끼기에 우리는 책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책이며, 죽고 나면 하나님이 직접 교정을 봐주시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7쪽)

책을 진열하려는 애서가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하나의 요소가 있으니, 바로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 즉 전집의 이를 빼놓고, 책꽂이의 균형을 파괴하며, 짝 잃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피터 드러커의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로브 캐플런이 썼듯이 특정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의 경우, 서재를 꾸미는 것을 '소유권을 취득하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캐플런의 경우, 새 책의 표지 안쪽에 늘 구매일을 기록해둔다고 한다. 나중에 그 날짜를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런 사람들은 사소한 정보를 종합하여 이 무의미한 우주에서 합리성의 요새를 건설하려는 이들이고,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은 그 작업의 훼방꾼이다. 솔직히 말해, 당신은 빌린 책의 몇 퍼센트나 돌려주었는가? 서적광 로저 로젠블러트는 자신의 거실 책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친구를 보면 불안해진다고 고백한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클럽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훑어보듯 이 책 저 책 훑어보는 음흉한 시선 때문에." 비평가 애너톨 브로야드Anatole Broyard의 말에도 동감할 수밖에 없다. "나는 책을 빌려줄 때, 결혼하지 않고 남자와 동거하는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된다." (86쪽)

소설은 침대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소설은 사적인 장르라 독자들은 그것을 통해 인물들의 내밀한 감정까지 접근하게 된다. 근심에 잠기거나, 구애할 계획을 세우거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틀어볼까 하는 계획을 세우며 방 안에 틀어박힐 때, 그런 책들에 둘러싸인다는 건 정서적 논리로 보아 아주 잘 어울린다. (158쪽)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도 그 사랑을 심어주고 싶어한다. 아일랜드 소설가 존 맥가헌은 어린 시절 소설에 빠져 있을 때 누이들이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우거나 신발 끈을 풀어놔도 몰랐을 정도라고 한다. 결국 그는 의자를 빼버렸을 때서야 '책에서 빠져나왔다.' 아이들이 이렇게 책에 몰두하게 만들려면 책이 늘 쉽게 손닿는 곳에 있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 늘 배경을 이루는 존재여야 한다. 호레이스 만이 썼듯이, "책이 없는 집은 창이 없는 방과 같다. 책을 살 돈이 있는데도 아이들 주변에 책을 두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218쪽)

책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