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말'은 누구나 바라는 희망 사항이다. 특히 사람들은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극적인 결말을 좋아한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결말에 이르면 절정까지 고조되어 온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모든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끔하게 정리된다. 그러나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행성과 별, 그리고 은하의 최후 등 매우 사실적인 결말을 다루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주는 우리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9쪽)

일반적으로 추위는 더위보다 위험하며, 이쑤시개가 번개보다 위험하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화재보다 길거리 보행자들이 더 위험하다. 침대는 사다리보다 위험하고, 뱀은 테러리스트보다 위험하다. 가연성 소재로 만든 잠옷은 벌에게 쏘이는 것보다 위험하며, 코코넛은 상어보다 위험하다. (55쪽)

우주 돌멩이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떨어진다. 그래서 "공룡을 멸종시킨 수 킬로미터짜리 운석은 평균 1억 년에 한 번씩 지구에 떨어진다"고 말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운석이 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 전에 떨어졌으니, 평균을 믿는다면 앞으로 3500만 년 후에 또 떨어질 것이므로 당장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운석이 달력을 봐 가면서 정확하게 1억 년마다 한 번씩 떨어져 줄까? 그럴 리는 없다. 거대 운석이 당신의 다가오는 생일날 떨어질 확률은 3500만 년 후에 떨어질 확률과 거의 비슷하다. (177쪽)

생존 가능한 지역 중 생명체가 탄생한 곳이 전체의 10%이고, 생명체가 진화하여 복잡한 생물이 등장한 곳을 1%로 잡으면 은하수에서 고등 생물(또는 우리가 모르는 고등 생물의 다른 형태)이 존재하는 곳은 약 1억 개 정도이다. 그러나 태양이 수명을 다하여 죽은 별이 되면 그 주변에 있는 생명들도 죽기 때문에, 생존 가능한 천체의 수는 이보다 조금 줄어든다. 우리가 사라진다고 해도, 분주한 은하수에서 우리를 그리워해 줄 존재는 거의 없을 것이다. (218~219쪽)

우리는 원자가 겪었던 파란만장한 과거를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원자는 색깔도, 향기도, 맛도 없다. 이들은 구조가 너무 단순해서 여행길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우리 몸에 있는 원자들 중 일부는 빅 뱅이 일어난 직후에 탄생하여 수많은 별의 내부에서 온갖 수난을 겪었다. 그래서 시인이자 작가인 다이안 액커맨Diane Ackerma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물질의 사생아이다." (280쪽)

팽창하던 우주는 완전히 분해되어 암흑으로 뒤덮이고, 그 안에는 입자와 광자의 수프만이 남는다. 별과 은하가 탄생하고 분해되는 과정은 분명 흥미롭지만, 이것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갑판에서 의자의 배열을 바꾸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최후의 승리는 열역학 제2법칙의 주인공인 냉혹한 엔트로피가 차지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균일한 혼돈은 창조와 생명의 적이다. 그것이 지속될 때는 흥미로웠겠지만 말이다. (346~347쪽)

우주에서 빛이 사라지면 끈기 있고 독창적인 생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우주가 시야에서 계속 멀어져 가면 블랙홀 공학자는 '웜 홀을 이용한 탈출'을 포기할 것이고, 생존자들은 밀코메다 중심부의 증발하는 블랙홀 근처에 모여서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을 것이다. 이것은 빅 뱅이 일어나고 1조×1조×1조×1조×1조×1조×1조×1조 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생명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3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