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북스의 죽기전에 1001 시리즈가 출간되는 것을 보면서 저 무거운 책은 누가보나 생각했는데, 내가 보고 있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단 생각이 서가를 지나다가 퍼뜩 들었던 것이다. 평균 한 페이지에 건축물 하나씩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물은 안동 조탑동 오층전탑, 부석사, 종묘, 임청각, 파주의 들녘출판사가 소개되어 있는데 부석사와 종묘, 들녘출판사는 사진이 없다. 지은이와 각 건축물에 대한 소개를 쓴 저술가들이 서구권 사람들이다 보니 서양 건축물들이 많다. 다른 지역의 건축물들도 많이 소개되어있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비중은 정말 적다. 해외여행을 꿈꾸며 참고하고자 본 책이기 때문에 국내의 건축물보다 해외의 건축물이 많은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인상적인 건축물들이 더 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보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휙휙 사진과 지역, 건축가 이름을 보면서 넘겼고 특별히 관심을 끄는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읽어나가는 방식으로 통독했다. 배열은 시대순이고 색인을 통해 건축물을 찾을 수는 있는데, 워낙 평소에 가서 보고 싶었던 건축물이 많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계속해서 꿈꾸게 됐다. 가고 싶었던 곳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였달까. 또 몰랐던 건축물들을 보면서 와 저기도 가야겠네! 하는 여행욕구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파리의 건축물들은 여기 소개된 곳을 거의 다 눈으로 직접 보았지만, 런던은 워낙 많이 소개되기도 했고 나도 둘러볼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테이트 모던 앞에서 공사하던 거대한 빌딩도 곧 완공이 될 텐데, 그럼 또 하나가 늘어나겠구나. 마치 지구에서 인간이 사는 모든 지역들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 같다. 죽기 전에 난 몇 개의 건축물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