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는 이전에 한 번 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내가 말했다.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경감이 대꾸했다.

  "1613년이었어요. 그날도 6월 29일이었죠."

  싱클레어는 고개를 들었다.

  "6월 29일, 화요일이었죠." 나는 구체적으로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늘이 6월 29일, 화요일이야." 헨리 경이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경감의 눈에서 순식간에 뭔가 불타올랐으나, 그는 곧 자제심을 되찾았다.

  "그 말씀이 맞는다면 그 날짜는 방화 조사에 있어서는 아주 흥미로운 단서가 되겠군요."

  "방화뿐이 아니죠. 과거 화재에서도 오직 한 사람만이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나는 계속 주장했다. (pp. 51~52, 1권)

  이제까지 새로운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셰익스피어가 마지막으로 갓 쓴 원고를 글로브극장으로 보낸 이후로 이 세상 사람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하거나 읽은 적이 없는 희곡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아마도 1613년, 헨리 8세에 대한 희곡, <모든 것이 진실이다>를 보낸 이후부터였다. 그렇다면 그 후로 1년도 안 되서 <카르데니오>가 처음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어쩌면 <카르데니오>가 셰익스피어의 자코비언 시대 걸작일는지도 몰랐다.

  <리어 왕>이나 <맥베스> <오셀로> <템페스트>보다 더 위대한 걸작? 그건 너무 무리한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퍼스트 폴리오』에서는 빠졌을까? 어째서 로즈는 『퍼스트 폴리오』의 출간연도를 언급했을까? (p. 215, 1권)

  로즈가 재구성한 바에 의하면, 1623은 걸작을 가리킨다. 하지만 젬의 편지에 따르면, 그 숫자는 또 암호를 가리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암호가 어쨌든 1623년에 나온 것이라면, 반드시 책이 1623년에 나온 걸작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까 문제의 책이 반드시 『퍼스트 폴리오』라는 법은 없었다.

  "1623년에 나온 암호법이 있나?"

  매튜가 내 어깨 너머로 물었다.

  "베이컨이 데 아우구멘티스 사이언티아룸을 발표한 해예요. 『학문의 진보』의 라틴어판."

  매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베이컨의 암호법이군."

  "프랜시스 베이컨 경?"

  어테나이드가 날카롭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델리아와 다른 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가면 뒤에 숨은 남자라 생각했던 프랜시스 베이컨 경, 키메라 괴물에서 멧돼지를 의미한다고 내가 믿고 있는 그 사람.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는 인간 지식의 총체를 분류하고 연구하며 숙달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그리고 1623년의 라틴어판은 영어판보다 더 길었는데, 한 장 전체가 베이컨 경 본인이 고안한 암호법에 할애되어 있었다. (p. 206,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