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르: 다크 월드> 개봉 직후 구입해놓고, 반나절이면 다 읽을 분량을 왠지 모를 위압감으로 미루고 미뤄 온 <토르 옴니버스>. 거의 없는 한국에서의 정발 <토르> 시리즈이자 막강한 합본이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꽤 높다고 한다. 영화 속 토르 캐릭터는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로 좋아하게 된 마블이기 때문에 역시 코믹북에서의 토르는 너무 낯선 모습. 마블의 세계는 방대해서 같은 캐릭터도 아티스트와 버전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데, 그래도 이 합본에 실린 토르는 위엄이 굉장하다. 물론 아저씨 같기는 하지만 신의 클라스를 온 몸으로 보여준다. 번역도 무척 신성함을 풍기고 있어서 헴스워스의 목소리가 음성지원되는 놀라운 효과가 일어나기도.

 

 

본래의 구입 목적은 토르의 코믹북 소장 외에도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부분의 원래 이야기를 알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정보가 워낙 부족할 때 구입했던 터라 영화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이제서야 이해했다. 애초에 마블 작품들은 코믹북에서 영화로 넘어가며 상당한 각색이 이루어지고 있어, 원작 파괴 수준이라 일컬어지는 시리즈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 버전에서 등장하는 토르의 전체 스토리를 알지는 못하겠지만 기본적인 설정에 큰 차이가 없다면 제인 포스터가 의료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래도 무척이나 다른 토르 이야기를 보며 그 사이사이 내가 사랑에 빠진 영화 속 토르와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쏠쏠.

 

 

이 버전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북구 신들의 멸망을 뜻하는, 게임 제목으로 너무 익숙한 '라그나로크'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아이언맨의 토르 복제와 캡틴아메리카의 사망 등의 단서를 볼 때 대충 시빌 워 이후 언젠가인 듯하지만, 내 배경지식으로는 딱히 미스가르드로 그려지는 미국이 어느 시기인지 정확히 파악하진 못 하겠다. 그만큼 아스가르드를 재건하고 친구들을 부활시키는 토르의 활약이 마블의 다른 이야기들과 꽤 독립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전개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누가 어느 타이밍에 읽어도 낙오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시리즈일 듯.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프의 몸을 빌려 등장하는 레이디 로키였는데, 제발 이것만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아한 히들스턴을 못 본다면 영화 토르가 무슨 소용...... 다음 영화 시리즈를 기다리자.

탄생에는, 죽음과 마찬가지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