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서, 그중에서도 자기계발서로 불리는 책을 자발적으로 사 본 적이 있었던가. 곰곰 생각해보고 단언에 앞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도 분명히 없다. 신간 홍보를 위한 출판사의 공개된 흑심이든, 내게 전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들려주려는 지인의 의사표현이든, 의도는 다양하겠지만 내 책장에 쌓인 자기계발서는 하나같이 선물로 주어진 책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선물의 주체가 회사의 보스인 대표이사님인 만큼 홍보는 당연히 아니고, 팀 전체를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보고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며 전원에게 선물하신 책이지만,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마음 상하고 그대로 돌려주고 싶어하는 본능 충만한 팀원들을 향한 메시지인 것이다.

 

 

어쩐지 책 내용을 숙지하지 않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서 더 꼼꼼하게 정독하게 됐다. 책을 읽는 동안 집에서도, 길에서도 회사에 있는 듯한 애매한 기분을 느끼며 완독. 선물하신 분도 이야기 한 부분이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정서에 아주 맞는 책은 아니다. 아무리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게 용인된다는 자기 PR의 시대라지만 자기 PR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 사실이어도 그들을 용인하는 사회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 '자기 PR의 시대'라는 말도 내가 열 살 즈음부터 보았던 말인 것 같은데 여전히 현실에 비교할 때 괴리감이 드니까 말이다. 아마 이 책대로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적을 두 배 세 배로 만들지도 모른다.

 

 

개중에는 상당 수의 조언이 새겨둘 만한 포인트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말하는 중 '하지만', '그런데' 등의 부정접속사를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가 아니야'와 같은 부정적 표현을 삼가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런 류의 조언들은 적을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내 편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기에도 좋을 것 같다. 적이 늘어나게 될 것만 같다는 조언들은 내가 하루에도 한 두 번 씩 상상으로 시뮬레이팅 하는 직언들을 내뱉으라는 것들인데, 이러한 조언들은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신에 타지의 누군가는 그렇게 말을 하고 광명을 찾았다는 희망적인 사례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이런 걸 느끼라고 읽어보라고 하신 건 아닐 텐데. 그래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고 그로 인해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해낼 수 있다면 그리 실망하시진 않을 것 같다.

남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이야기할 때 긍정적인 표현만을 사용해보라. 동료가 "너무 흥분하지 마"라고 말할 때 "난 흥분하지 않았어"라고 답한다면 벌써 그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버린다. 멍청이처럼 굴지 말라는 지적에 "난 멍청이가 아니야"라고 대답하게 되면 그 부정적인 이미지가 저절로 고정되고 만다. (53쪽)

 

 

모든 것은 당신의 해석에 달려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일어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과장한다면 감정도 과장되고, 결과 또한 과장되기 쉽다. (121쪽)

 

 

선택은 당신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모욕을 받아들이고 혼자 고통 받기보다는 위험부담을 생각하고 한계선을 분명히 한 뒤, 필요할 경우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정당한 대우를 쟁취해야 할 것이다. (190쪽)

 

 

화난 사람들은 대개 나름의 논리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그럴 때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구구절절 확인하기보다 그 말을 인정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말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설명은 입씨름을 연장시키는 반면, 동의와 인정은 입씨름을 막아준다.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