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다'라는 형용사는 이제 너무 식상하지 않나. 스마트폰을 대표로 하는 각종 '스마트 기기'와 그 뒤를 좇아 대세에 합류해 보려는 각종 제품들 덕에 '스마트 열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이제 '스마트하다'라는 단어의 본 뜻의 영특한 이미지는 다소 무뎌져버린 것 같다. 이 책과 그 전의 성공작인 <스마트한 생각들>은 본래 'kunst des klugen handelns'라는 독일어 제목을 갖고 있는데 본 뜻이 '스마트하다'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학사전을 봐도 나오지 않는 단어인 것을 보면 신조어이려나. 어쨌거나 국내 번역본의 제목은 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책의 이미지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제목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이 '스마트한 선택들'이라고 붙은 것을 완독한 지금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기는 하다. 정말 스마트한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가 조심해야 할 사고방식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밝힌 저자의 생각부터 몹시 와닿았는데, 탁월한 선택은 잘못된 선택지를 배제했을 때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논지를 위해 예로 든 것이,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만들었을 때의 일화다. 다비드 상을 탄생시키며 가장 고려한 부분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다비드가 아닌 것들을 모두 빼버렸다'고 대답한 것이다. 저자는 뒤이어 본문에서 소개하는 수 많은 우리 사고의 비합리적인 방식들을 이와 같이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친근하면서 분명한 어조로 설명한다. 여전히 제목의 '스마트하다'라는 단어의 쓰임에 탐탁지 않기는 하지만, 굉장히 간결하고 유용한 책의 내용은 그야말로 스마트한 셈이다.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책의 존재가치가 높은 이유는 수두룩한 자기계발서를 통해 삶의 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와중에 당당하게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당장을 헤쳐나갈 수법을 제시해 다음 번에는 곧 잊어버리고 말 알량한 정보를 주는 책들과는 다르다. 이 책은 해결법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자신의 생각 패턴이 지닌 오류를 점검하게 하고, 그 결과 주의를 기울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깨우침이 있는 정보를 주고 있다. 현대에 주목 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의 사례 현상을 열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비합리적인 사고를 경계하고자 한다는 일정한 맥락 아래에서 조명되고 있어 단순 열거라고 보기에는 미안한 감이 있다. 이 책을 출간하게 도운 전작인 <스마트한 생각들> 또한 함께 소장하게 된 만큼, 연말연시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읽어야겠다.

 

탁월한 선택을 하는 노하우란 잘못된 선택을 피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7쪽) 

중요한 지식은 수많은 시도와 실천 안에 들어 있다. 언어에 대한 경외심을 내려놓아라. 이제 책 속에 틀어박히는 일은 그만 두고 뭔가 실제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해라. (106쪽)

분명하지 못한 생각은 수다스러운 말로 변한다. (178쪽)

이미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띠게 된다.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