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외모와 하버드 철학과 교수라는 번지르르한 커리어를 보유한 매튜.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지만, 실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어제의 불행으로 내일의 희망까지 잃어버린 비운의 남자다. 아름다운 외모에 유명 와인감정사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엠마 또한 매튜 못지 않게 빛나는 조건의 여자이지만, 그녀 역시 불안정한 감정선을 타고나 괴롭게 삶을 버텨가고 있다.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면을 지닌 두 남녀는 중고 노트북을 통해 우연히 연결되고 굽이굽이 인연을 돌아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남녀는 실제로 사라져버릴 수 있던 그들의 내일을 다시 움켜잡게 된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주는 달콤한 로맨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SF와 밀도 높은 서스펜스로 채워진 스릴러의 면모까지 다양한 장르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진면모다. 이미 인기도로 정점을 찍은 기욤 뮈소에게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것은 꽤 도전이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고,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의 이번 소설은 적어도 그가 서문에서 밝히듯 영화를 보듯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제일의 목표라고 했던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매튜가 과거의 기억이 바뀌게 될 때 어떻게 현재의 기억이 변형될 수 있는지, 그 순간의 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나는 그 순간을 매튜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굉장히 궁금했기 때문인데, 혹자는 이런 부분들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간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화제는 언제나 과학적 타당성이니 말이다. <내일>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에서도 의아한 부분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과학적인 베이스까지 완벽하다면 아주 탁월할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과학소설이 아닌 이상 이야기의 분위기와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데에 큰 방해요소가 아니라면, 적당히 눈 감는 게 현명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재미를 강조한 소설이고, 확실히 재미있는 소설이니까. 재미를 받아들이는 일은 독자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 아닐까.

세상일이란 언제나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272쪽)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 (318쪽)

 

 

사람들은 왜 사랑과 광기 사이의 경계를 넘게 되는 걸까? (3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