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인기 해외 작가들의 내한이 잦아 보인다. 단번에 떠오르는 것이 가장 최근에 보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이 책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 교보문고의 힘이 강하기 때문인 건지, 그 내막까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저자들도 한국에서 점점 높아지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빅 픽처>에 이어 <더 잡>, 그리고 <파이브 데이즈>까지. 취향에 딱 들어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 번째 책을 완독했다. 치솟는 인기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외에 분명 청탁이 있기는 했지만, 끌리지 않는 책은 아무리 좋은 조건에도 절대 받아보지 않기 때문에 세 번째 책을 읽게 된 것이 조금은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표지에서부터 소설의 스타일까지 취향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또 다시 읽게 된 이유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거 본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찍어내듯 빠르게 작품을 써내려가는 그는, 자신의 완성속도와 정비례하는 듯한 이야기 전개 속도를 보여준다. 그리 짧지 않은 분량의 소설을 쓰면서도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가지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내가 읽었던 다른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번 <파이브 데이즈>에서도 역시 진부함과 신선함을 적절히 배치해, 막장드라마에 빠지는 심정처럼 뻔한 듯하지만 그 다음을 궁금해하게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읽게 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40대 여성, 로라. 그녀가 영상의학과 CT 촬영 기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자신이 들어서게 된 길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희비를 매일 마주하는 로라는 삶의 가능성과 희망의 문제에 일상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녀의 가족 관계에 이 문제를 끌어오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표지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은 로라의 새로운 사랑이다. 불륜 현장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불륜 소설이라기보다 삶의 무기력함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발견하고 삶을 다시 생생하게 살아가게 되는 희망적인 이야기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지와 무관하게 꿈을 품고 있어 다양한 욕망의 형태로 드러난다. 건실하고 긍정적인 방식일 수도 있지만, 인간적이게도 실수와 흔들림 속에서 이 욕망이 표출된다.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설에 공감하고 전개의 흥미로움에 빠져드는 것 아닐까 싶다. 나는 여기에 추가로 흔들림이 바른 이야기로 귀결되곤 한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에 호감을 갖고 다시 읽게 된다. 위기에 공감하게 하고 현실에서 완전히 발을 떼지 않은 채 희망을 주는 결말. 더글라스 케네디가 단순히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현대의 문학작품을 완성해나가고 있다는 혹자의 의견은 이런 데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이나 깨닫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이 있어. (106쪽) 

 

 

미래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뭔가 확신이 필요한 순간에 식당에서 작은 사건이 벌어졌고, 그 순간 댄과 나의 미래가 결정되었다. (131쪽)

 

 

사람들이 하는 말은 틀린 게 없어. 얼룩말은 아무리 물감을 뒤집어써도 얼룩말이야. (174쪽)

인생은 소설이 아니잖아요. 소설에서는 작가가 망므대로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만들 수 있죠. (4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