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엉덩이 한 번 떼기 힘들 정도로 바쁜 한 주를 보내는 동안, 지금 아니면 언제 읽겠냐는 생각으로 '가슴 뛰는 천직'에 관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자잘한 이곳 저곳의 생활을 거쳐 신입 웹기획자로 입사한지 이제 1년 하고도 5개월. 개발자 아버지 밑에서 컴퓨터와 살다시피 자라며 꾸었던 초등학교 때의 수두룩한 꿈 중 하나는 웹 디자이너였다. 그 후 또 어마어마한 꿈들을 바꿔 꾸었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종종 글을 쓰며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단기적인 프로젝트성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의 일은, 여러 모습으로 상상해오던 '하고 싶은 일'과 닮은 구석이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 안에도 수 많은 난관에 부딪히며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하고 있다.

처음 구직을 하던 때에 내가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회사의 가치, ceo의 가치관이 내 삶의 가치관과 닮아 있는가, 최소한 비슷한 곳을 향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기에 관심 가졌던 분야는 인문, 사회, 예술 계통의 연구직이었다. 가치 있어 보이는 일들이 많았고 실제로 열정을 갖고 도전해보았지만, 사회에 득이 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가 그 집단의 성격과 근무 환경을 분명하게 결정 짓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시기였다. 그 이후로 회사의 가치만을 보기보다는,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하며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찾기 시작했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직장은 꽤 잘 찾아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이만하면 잘 맞는 편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내가 가장 바라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이것 보다 더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고, 여기보다 더 존중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아직도 신입이면서 무슨 존중을 바라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존중은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취감에 가깝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고맙게 여겨질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일의 결과가 가져다 줄 보람을 생각하는 것, 그게 있다면 식음을 잊고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현재의 일에 더 도전해보고 싶고, 아직 달성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건 목표가 있다. 당장은 이 일을 천직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삼을 테지만, 너무 오래지 않아 천직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이 책의 누군가가 한 말처럼 일생 동안 한 가지 일만 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그 일을 어떻게 찾는가 하는 것인데, 이 책의 후반부가 이에 관한 내용이다. 예상했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기본이다. 설령 만족하고 있다고 해도 정기적으로 자신의 일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할 때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주변의 조언도 얻어가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선택지를 줄인 후, 실제로 선택한 일을 해보는 것. 이게 바로 원하는 일에 다가가는 방법이다. 안타깝게 실패하게 되더라도 또 다시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 소개된 '천직'을 찾은 사람들은 찾았다기보다는 스스로 천직을 가꾸어냈으며 최소한의 희생을 감수했다. 거저 얻어지는 자유가 없듯,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되기까지 쉽지 않은 도전을 해왔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들 같지만,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일 뿐이기도 하다. 더 잘 맞는 일을 향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이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현재 당신의 직업은 '당신'이라는 사람, 그 마음과 인성,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39쪽)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성취감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재가 아니라 소유에서. 공감할 수 있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서가 아니라 소유를 늘리는 데서 말이다. 이제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해서 의미 있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87쪽)

많은 이들이 사회적 지위를 원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그 일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가 여부가 의미 있는 직업을 판단하는 핵심요소다. (94쪽)

비록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 해도 최소한 1년에 일주일 정도는 새로운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돌리기 전까지는 현재의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143쪽)

우리는 대부분 억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살아간다. 밧줄을 잘라 자유로워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실험정신을 발휘해 내면에 자리한 광기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 지금 당장. (231쪽)